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20일 만이자,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한 지 이틀 만이다. 이로써 이재명정부에서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낙마한 인사는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5명으로 늘었다.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두고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자진 사퇴가 아니라 사퇴당한 것”이라고 꼬집으며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결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의혹 제기를 주도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겨냥해 “반드시 수사해 척결하겠다”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김승원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깊은 고민 끝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며 “후보자로 지명해주신 대통령께 감사드리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 국민의 삶과 정부의 성공이 우선”이라며 “민생을 살피고 개혁을 완수해야 할 정부에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저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가족의 협동조합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이번 일로 상처받으셨을 장애인과 가족들, 돌봄 현장에서 헌신해 온 분들과 저와 인연을 맺으셨던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로 발달장애인과 가족분들, 헌신하는 종사자분들이 받으신 상처가 꼭 치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려놓아도 진실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미완의 검찰개혁,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의혹 제기를 주도한 한 의원의 주장을 ‘표적수사’, ‘수사기밀 불법 유출’, ‘짜깁기’라고 규정하며 “이번 일이야말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께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지명 이후 신약 임상시험 승인 로비 의혹과 가족의 협동조합 특혜 의혹 등을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름 최선의 인선을 했다고는 하지만, 국민 검증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검증 과정에서 벌어진 많은 사안과 지적들,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신중론’을 밝히면서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의 임명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을 파악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기자회견 이후 ‘새로운 문제 제기가 나와 사퇴하게 된 것인가’, ‘이미 제기된 의혹 외에 다른 의혹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野 “김승원 사퇴는 만시지탄…이젠 수사의 시간”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사퇴를 두고 “민심을 거역한 정권의 말로”, “만시지탄”이라고 비판하며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으로 판을 바꾸고 김승원 임명을 강행하려 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기자회견 하루 전날 청문보고서 채택까지 밀어붙였다”며 “하지만 기자회견 결과가 참담했다. 김승원을 자르지 않고는 안 되는 상황까지 몰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김승원은 물러나면서까지 남 탓, 검찰 탓만 했다. 잘못이 없는데 물러난다는 건가”라며 “장관의 시간은 끝났고, 수사의 시간이 시작됐다. 주가조작, 국민 생체실험, 가족조합, 모두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공소취소 선봉장 김 후보자가 이제 사퇴한 것은 만시지탄”이라며 “김 후보자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사퇴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에서 계속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공소취소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 그만 본인의 공소취소, 재판삭제를 포기하라. 그리고 ‘재판받겠다’고 선언하라”고 덧붙였다.
무소속 한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이 오빠 독약 로비를 ‘볼수록 잘한 인사’라며 총력으로 결사 옹호했지만 국민이 이겼다”며 “국민의 승리”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사퇴 회견에서 자신의 이름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자기 잘못은 반성 않고 복수 계획만 써놨다”며 “모두 상대해 드리겠다”고 했다.
◆與 “후보자 결단 존중…이젠 한동훈 차례”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고뇌에 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무소속 한 의원의 ‘불법 수사기록 유출’ 의혹을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정에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는 후보자의 결단”이라며 “민주당은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경청하며,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민수 최고위원은 SNS에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 의원의 수사기록 유출 연루 의혹 등에 대해서는 끝까지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용기 최고위원도 “이제 한 의원의 차례”라며 “한 의원이 공개한 ‘기소계획 보고서’ 등 수사 관련 자료로 보이는 문건이 어디에서 나왔고 어떤 경로로 한 의원의 손에 들어갔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안타깝지만, 결단을 존중한다”며 “김승원 후보자에 대한 조작·표적수사, 그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수사, 조작기소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개혁은 계속된다”고 적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불법수사기록 유출과 표적수사의 진실은 법사위 간사로서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말했고, 박지원 의원도 “법사위로 돌아오라. 함께 한 의원의 범죄를 국민 앞에 밝히자”고 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김 후보자의 사퇴 성명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며 “민심을 수용하는 결단을 보면서 황색잡지 편집국장과 가세연 수준의 폭로로 국민들을 혹세무민해온 한동훈 의원의 범죄행위를 반드시 수사해서 척결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김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정의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필요한 후속 절차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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