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들엔 표정이 있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표정 또한 드러나게 마련이다.
권력을 잡고 유지하기 위한 모든 행위라고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정치(政治)의 모든 상황엔 표정들이 있다.
이미 엎질러진 정치의 단편에서 한 장면을 고른다. 솔직히 A컷은 아니다. 단편을 대표할 수 없는 B컷의 짤막한 이야기를 해본다.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성역을 두지 않되 선입견을 갖지 않고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의 범위 안에서 엄정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이날 열린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의 독립성을 확고히 지키겠다"며 "어떠한 외압이나 정치적 고려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 객관적인 사실과 증거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감찰관의 존재 자체가 공직 사회의 긴장과 책임성을 높이고, 비위행위를 예방하는 장치가 되도록 하겠다. 민주적 '판옵티콘'(Panopticon·원형감옥)으로서 권력의 건전한 견제 기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겠다"며 "장기간 중단됐던 특별감찰관 조직을 조속히 정상화하겠다. 전문성과 청렴성을 갖춘 인력을 충원하고 필요한 예산과 업무환경을 갖춰 실효성 있는 감찰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비위 행위를 상시 감찰하기 위해 도입된 차관급 독립 기구이다. 2014년 '특별감찰관법'이 제정되면서 설치됐으며 대통령 권력 주변의 부패를 예방하고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은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데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인척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자의 비위 행위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하는데 강제 수사권이 없어 출석 요구, 진술 청취, 자료 제출 요구 등 임의적인 방법으로만 조사할 수 있고 감찰 결과 범죄 혐의가 명백해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검찰총장에게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
특별감찰관은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임명되는데 국회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변호사 중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임기는 3년이며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돼 직무상 독립성을 가진다.
박근혜 정부때인 2015년 3월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임명됐으나 당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 및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내사를 진행하면서 권력 핵심부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 결국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 속에 2016년 9월,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약 1년 반 만에 중도 사직했다.
문재인 정부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특별감찰관의 역할 및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를 들어 여권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임기 내내 공석으로 남았고 특별감찰관 임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때는 여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선결 조건으로 연계하면서 여야 합의가 불발돼 끝내 임명하지 못했다.
정치적 외풍과 정당 간의 이해관계 속에서 사실상 사문화돼 10년의 공석 잔혹사를 거친 특별감찰관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시금 제자리를 찾을 것인가? 성역을 두지 않고 선입견을 갖지 않고 엄정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의 행보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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