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소 인간/양종구/동아일보사/1만9800원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5000m·1만m·마라톤 3관왕에 오른 체코의 전설적인 육상 선수 에밀 자토페크가 남긴 말이다. 인간에게 걷고 달리는 일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본능에 가까운 활동이라는 의미다. ‘유산소 인간’은 바로 이 가장 원초적인 움직임이 우리 몸과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중고교 시절 육상 단거리 선수로 활약한 뒤 서울대에서 체육교육학을 공부하고 스포츠 기자가 됐다. 1990년대 말부터 직접 달리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는 동아일보에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을 연재하며 운동으로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이 책은 그 경험과 스포츠과학 지식을 한데 묶은 결과물이다.
유산소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짧은 시간 폭발적인 힘을 내는 무산소 운동과 달리 일정 시간 이상 지속할 수 있고, 탄수화물뿐 아니라 지방과 단백질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심혈관계와 대사 기능을 높이고 면역력과 심폐지구력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뇌 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빨리 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책은 오히려 ‘천천히 제대로’ 시작할 것을 강조한다. 걷기와 달리기의 올바른 자세부터 발에 맞는 러닝화 고르는 법, 준비운동과 정리운동, 자신의 체력과 관절 상태를 고려한 운동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특히 초보자에게는 달리다 힘들면 1~2분 걷고 다시 뛰는 ‘워크 브레이크’를 권한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리라는 것이다.
걷기의 효과도 새롭게 짚는다. 체지방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무조건 달리기보다 걷기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걷기는 달리기에 비해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도 적어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나 중장년층에게 좋은 출발점이 된다. 이후 조깅, 마라톤, 트레일러닝 등으로 자신의 운동 수준을 조금씩 확장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유산소 인간’은 기록을 경쟁하는 마라토너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이다. 운동은 알고 있는 것보다 하는 것이 중요하고, 한 번 열심히 하는 것보다 매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펀런(Fun Run·즐겁게 달리기)’도 같은 맥락이다.
건강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방법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오늘 자리에서 일어나 걷고, 조금씩 달리는 것. ‘유산소 인간’은 가장 단순한 움직임이 건강을 바꾸고 결국 삶의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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