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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가옥 수리에 혈세 8000만원 투입…누적 5억5000만원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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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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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의 묘 관리하는 묘막
도 문화유산 지정 후 7차례 걸쳐 혈세로 보수
문화재 안내판에 친일 행적 미포함도 논란
도의회서 "문화유산 지정 재검토해야" 목소리
춘천시 "역사적 가치, 친일 논란과는 별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되는 민영휘의 묘를 관리하기 위해 지어진 가옥을 수리하는데 혈세 80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가옥을 관리하는 후손이 보수를 요청했고 춘천시가 이를 받아들였다. 가옥 유지·보수에 지금까지 쓰인 세금만 5억5000만원에 달한다.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민성기 가옥. 배상철 기자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민성기 가옥. 배상철 기자

20일 춘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일 ‘춘천 민성기 가옥 담장 및 협문 보수공사’ 수의계약 공고를 냈다. 가옥 담장 일부가 무너지고 쪽문을 지탱하는 나무가 썩는 등 구조적 안전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보수공사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민성기 가옥 앞에 설치된 문화재 안내문. 배상철 기자
민성기 가옥 앞에 설치된 문화재 안내문. 배상철 기자

보수공사는 가옥을 소유·관리하고 있는 민영휘 후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후손은 현재 해당 가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공사 계약금은 7948만9000원으로 정해졌다. 시는 착공일자 협의를 마치는 대로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민성기 가옥은 친일파 민영휘의 묘를 관리하기 위해 증손자인 민성기가 쓰던 묘막이다. 민영휘는 경술국치에 앞장선 공로로 일본으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은 대표적 친일파다. 2007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195인 명단에도 포함됐다.

 

민성기 가옥 정비에 혈세가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5년 강원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예산이 계속 들어갔다. 강원도에 따르면 1992년부터 7차례에 걸쳐 4억6770만원이 쓰였다. 이번 공사비까지 합치면 총액은 5억4718만원으로 늘어난다. 건물 노후화에 따른 추가 보수 필요성에 따라 향후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민성기 가옥 담장 아랫부분이 무너지고 협문이 비틀어져 있다. 배상철 기자
민성기 가옥 담장 아랫부분이 무너지고 협문이 비틀어져 있다. 배상철 기자
친일파 민영휘와 민성기 가옥. 연합뉴스
친일파 민영휘와 민성기 가옥. 연합뉴스

공공예산이 친일파와 연관된 가옥 보수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문화유산 지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재웅 강원도의원은 업무보고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이러한 문화유산 지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문화유산 지정 해제를 주문했다.

 

춘천시의회에서도 최근 지정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대표 발의자인 유환규 의원은 “친일파 묘역 관리와 연관된 사유 건축물을 도 문화유산으로 지정·관리하는 것이 역사적 정체성과 시민 상식에 부하하는지 의문”이라며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친일파 민영휘. 연합뉴스
친일파 민영휘. 연합뉴스

가옥 앞에 설치된 문화재 안내문에 민영휘의 친일 관련 행적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논란을 키우는 지점이다. 안내문은 민영휘를 ‘조선 후기 관료이자 정치인’이라고 표현할 뿐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춘천시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상 원칙적으로 소유자가 문화재를 관리하되 여력이 부족하면 지자체에 보수를 요구할 수 있다”며 “건축물에 역사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다. 친일 논란과는 별개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내문에 민영휘의 친일 행적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선 “안내판 수정을 위해선 가옥 소유주를 설득할 명분이 필요하다.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도깨비 방망이 두드리듯 뚝딱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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