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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주민 접촉 사실상 자유화 추진… 36년 만에 제한규정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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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기자 tae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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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수용

통일장관 ‘신고수리 거부권’ 삭제
요건 갖춰 신고하면 접촉 가능케
남북관계 개선 대북 정책 연장선

北 대남 적대정책 지속되는 상황
안보위험 사전 차단 구멍 우려도
남북교류 활성화 가능성도 회의적

정부가 북한 주민과의 접촉을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없애는 남북교류협력 관련 법률 개정에 찬성 의견을 냈다. 남북관계가 장기간 단절된 상황에서도 민간 차원의 교류를 사실상 자유화해 향후 관계 개선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적대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안보상 위험성이 있는 접촉을 사전에 걸러낼 장치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이 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수용’ 입장을 정했다.

통일부. 연합뉴스
통일부. 연합뉴스 

개정안은 해당 법률 제9조의2 제3항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상 북한 주민과 접촉하려는 남한 주민은 통일부 장관에게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남북교류·협력을 해치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을 경우 통일부 장관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통일부 장관의 ‘수리 거부권’을 없애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 주민 접촉에 대한 사전신고는 그대로 두지만 지금까지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용될 소지가 있었던 것을 일정한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되는 ‘자기완결적 신고제’에 가까워지도록 바꾸는 것이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의 목적과 취지인 교류협력 촉진, ‘신고제’에 부합하는 제도 운영, 민간의 교류협력 자율성 확대 등을 고려해 개정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의 개정안 수용 입장은 이재명정부가 추진해 온 남북교류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당국 간 대화가 막혀 있더라도 종교·문화·학술·체육·인도지원 등 민간 차원의 접촉 가능성을 열어두고 남북관계 개선의 마중물로 삼거나,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교류가 빠르게 복원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통일부의 제도 운용도 이런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2023년 44건이던 북한 주민 접촉 사전신고 불수리는 2024년 25건, 지난해 16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7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내부 지침인 ‘북한주민 접촉신고 처리지침’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990년 남북교류협력법 제정 이후 36년 만에 남북 주민의 접촉을 제한하던 규정이 사라지는 것으로 변화의 폭이 큰 만큼 파장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은 그래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에서 거부 권한을 없애면 남북교류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관리·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접촉 제도 완화가 북한의 대남공작에 악용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도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죄 예방 등을 고려해 거부 사유를 삭제하기보다는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후 통일부 주도의 관계부처 협의를 거치며 국정원, 법무부가 입장을 바꿨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안보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단이 제약된다는 것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이후에도 접촉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등 현행법을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지만,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접촉 자체를 미리 차단하는 것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법률 개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남북교류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남한과의 당국 간 대화뿐 아니라 민간교류에도 호응하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은 “민간교류의 문을 열어 확대하는 것과 국가가 눈을 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정부는 위험성이 명백한 접촉까지 사전에 막을 법적 권한을 없애기 전에 구체적인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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