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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진 자리, 문산은 다시 일상을 닦았다 [사진기자 이제원의 30년 된 외장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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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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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ak 필름 한 롤 서른여섯 번의 셔터를 누르며 사진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카메라에 표시된 필름 카운터가 25 정도가 되면 고민이 시작됐다. 필름을 새걸로 갈아야 하나 남은 거로 찍어도 될까? 제한된 서른여섯 번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신중함과 긴장감, 설렘은 지금의 디지털카메라 시대에는 느낄 수가 없는 감정이다.

 

사진기자는 본인이 취재했던 사진을 나름의 방식으로 보관한다.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나는 사진의 중요도를 떠나 보관을 많이 하는 사진기자이다. 역사의 중요했던 순간도 있었고, 상황이 기억도 없는 시답지 않은 사진도 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담은 기념사진도 있고 취재와 출장 중에 보이는 나의 모습도 있다.

 

아주 먼 옛날의 모습은 아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열어본 나의 외장하드를 독자들과 같이 꺼내보고 추억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1999년 8월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군 장병과 주민들이 집중호우 피해로 쌓인 가재도구를 씻고 쓰레기와 진흙을 치우며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1999년 8월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군 장병과 주민들이 집중호우 피해로 쌓인 가재도구를 씻고 쓰레기와 진흙을 치우며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1999년 8월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군 장병과 주민들이 집중호우 피해로 쌓인 가재도구를 씻고 쓰레기와 진흙을 치우며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1999년 8월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군 장병과 주민들이 집중호우 피해로 쌓인 가재도구를 씻고 쓰레기와 진흙을 치우며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1999년 8월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한 주민이 집중호우 피해로 젖은 가족사진을 옥상 지붕에 말리고 있다.
1999년 8월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한 주민이 집중호우 피해로 젖은 가족사진을 옥상 지붕에 말리고 있다. 
1999년 8월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군 장병과 주민들이 집중호우 피해로 쌓인 가재도구를 씻고 쓰레기와 진흙을 치우며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1999년 8월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군 장병과 주민들이 집중호우 피해로 쌓인 가재도구를 씻고 쓰레기와 진흙을 치우며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1999년 8월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한 주민이 집중호우 피해로 쌓인 가전 제품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1999년 8월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한 주민이 집중호우 피해로 쌓인 가전 제품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1999년 8월 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며칠간 폭우로 마을을 집어삼켰던 물이 빠지자 진흙투성이가 된 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군 장병들은 상가 앞을 가득 메운 부서진 가재도구와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군용 트럭 적재함에도 수해 잔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주민들은 집 안으로 들어찬 흙탕물을 퍼내고 물에 젖은 살림살이를 망연자실 바라보며 씻어냈다. 골목 한쪽에는 배수를 위한 굵은 호스가 길게 놓였다. 수해가 할퀴고 간 문산 시내의 모습이다.

 

그해 여름 경기 북부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7월 말부터 이어진 집중호우에 제7호 태풍 ‘올가’까지 한반도를 지나면서 피해가 커졌다. 8월 3일 집계 당시 파주를 비롯한 경기 북부에서는 주택 6834채와 농경지 1만 8310㏊가 물에 잠기고 1만 752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문산의 피해는 컸다. 임진강과 문산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시가지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비가 잦아든 뒤에도 배수는 쉽지 않았다. 8월 4일에도 문산읍 문산 1·2·3리 일대는 배수로 개통이 늦어져 다른 지역보다 복구가 더뎠다.  전국 수해지역에는 군 병력과 경찰,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돼 물을 빼고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을 이어갔다.

 

폭우가 그친 이틀 뒤 카메라에 담긴 문산은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고 복구가 한창이었다. 군 장병들이 무너진 집과 상가에서 폐기물을 들어 나르는 사이 주민들은 빗자루와 고무장갑을 들었다. 물에 잠겼던 장롱 문짝을 골목에 눕혀 놓고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진흙을 닦아냈다. 평범한 생활용품 하나까지 물에 씻어 다시 써야 했던 시절이었다.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 당시의 피해 흔적도 눈에 들어온다. 상가 간판과 전봇대, 낮은 주택이 이어진 골목, 군용 트럭과 녹색 작업복을 맞춰 입은 장병들. 수해 현장을 기록한 두 장의 사진에는 거대한 재난의 규모보다 그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일이 더 선명하게 담겼다.

 

폭우는 며칠이면 지나가지만 일상으로의 복구에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흙탕물을 걷어내고, 망가진 살림을 골라내고, 다시 가게 문과 대문을 열어야 했다. 27년 전 문산의 골목에서 주민과 군 장병들이 하고 있던 일은 결국 무너진 일상을 하나씩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었다.

 

필름 속에는 수해가 남긴 흔적과 그 흔적을 지우며 다시 일상을 시작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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