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취약 계층 고려하면 짧아” 지적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을 내년 1분기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임신 9주 이하 임신부를 대상으로 하는 데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료 취약지 거주 국민 등을 고려했을 때 너무 보수적인 기준이라고 지적한다.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14일 임신중지약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두 달 만이다. 동시에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에 나온 조치다.
정부는 향후 구체화할 예정이지만, 일단은 임신 9주 이하 임신부로 복용 가능 대상을 정했다. 도입 초기 2년은 병원에서 처방과 조제를 모두 맡는다. 전문의 지도하에 복용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후 안전성을 평가해 처방·조제 방식 개편 여부를 검토한다.
9주로 설정한 이유는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정’(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이 임신 9주 이내 사용을 조건으로 신청해서다. 이 약품은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된 후 2024년 기준 약 100개국에서 허용돼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청이 9주로 들어왔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검토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도 신준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지금 정한 건 약품업체가 임상시험 자료에 근거해 신청한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주까지 임신중지 약물을 허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WHO는 임신 12주 미만 임신부에게 가장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이 약물 사용이라고 봤다.
각 국가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주수를 정해놨다. 임신 9주로 정한 곳은 일본이며, 미국은 10주, 핀란드와 덴마크는 12주 등 다양하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보건학)은 “7년만에 첫발을 뗐다는 데 의미는 있지만, 주수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드시 몇주까지 약물이어야 한다는 국제적 기준이 있는 건 아니”라며 “9주 기간이 너무 보수적으로 잡혀 청소년이나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본인이 임신한 줄 모르는 청소년 등은 의료기관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수적이고, 종교 색채가 강한 국가들도 10∼12주로 정한 이유가 취약 계층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가이드라인 등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여부 등을 향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미성년자 경우 보호자 동의 시 약물 처방·조제가 가능할지는 미정이다. 성평등부 장관은 “미성년자가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가이드라인에 담을 것”이라며 “임신중지를 원하는 청소년의 심리·정서적 지원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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