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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프리’ 교실엔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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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글·사진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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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산초의 변화

학생들 스스로 투표로 결정
수업 집중도 높아지고 활기
쉬는 시간엔 보드·카드게임
프리홈 추진… 집에선 ‘웃음꽃’
“자, 이제 모두 가지러 오세요.”

 

지난 9일 오후 1시40분 부산 금정구 남산초등학교의 6학년 한 교실. 반장이 상자에 걸린 자물쇠를 풀자 학생들이 줄지어 나왔다. 이날 등교하면서 맡겨둔 스마트폰을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부산 금정구 남산초등학교의 6학년 학생들이 9일 수업이 끝난 뒤 스마트폰을 수거함에서 가져가고 있다.
부산 금정구 남산초등학교의 6학년 학생들이 9일 수업이 끝난 뒤 스마트폰을 수거함에서 가져가고 있다.

스마트폰 수거는 학생들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규칙이 아니다.

 

학부모 교육과 학생 캠페인을 거쳐 올해 1학기 3∼6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마트폰 없는 학교’ 투표에서 222명이 찬성한 결과다. 반대는 26명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 ‘약속’인 셈이다.

 

변화는 수업 시간에 먼저 나타났다.

 

이 학교 전교 부회장인 6학년 이문영양은 가장 달라진 점으로 “공부할 때 집중이 잘되는 것”을 꼽았다. 이양은 “친구들이 더 활기차고 졸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남산초가 ‘스마트폰 프리스쿨’을 추진한 출발점은 교문 안팎에서 목격한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지난해 부임한 김종명 교장은 등교 시간이 지났는데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천천히 걷거나, 화면을 들여다보며 길을 건너는 학생들을 보며 문제의식을 느꼈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잠이 덜 깬 채 등교하는 모습도 걱정거리였다.

 

기존에도 교내에서는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가방에 보관하도록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일부 학생은 화장실이나 별관 구석으로 가서 몰래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수업에 늦게 들어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김 교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가 지원하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의 중독예방 사업과 연결되면서 학부모 교육과 학생 캠페인을 추진했다.

 

학부모 교육에는 부모 60명이 참석했다. 문제의식에 공감한 학부모들이 힘을 보탰고, 6학년 학생들도 앞장서겠다고 나섰다. 이런 움직임은 5학년에 이어 저학년까지 이어졌고, 지난 5월18일 선언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스마트폰 없는 학교로 자리 잡았다. 아예 스마트폰을 없애거나 인터넷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2G폰)로 바꾼 학생도 53명에 달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자리는 다른 활동으로 채웠다. 학교는 학생들이 함께 즐길 보드게임과 카드놀이 용품 등을 추가로 마련했다. 중앙 현관도 서로 이야기하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김 교장은 “학교 주변을 서성이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던 모습이 사라졌다”고 기뻐했다.

 

학교에서 시작한 실천은 가정으로 확대됐다.

 

가족이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정하고 함께 지키는 ‘스마트폰 프리홈’도 추진했다. 학교는 가정에 보관함을 나눠주고, 정해진 시간에 스마트폰을 넣어두는 등의 약속을 실천하도록 안내했다. 김 교장은 “가족이 더 화목해졌다는 학부모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바탕에는 사랑의열매가 지원하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중독예방 특화마을 조성 프로젝트’가 있다. 학교와 가정, 복지기관 등 지역사회가 함께 청소년의 중독 위험을 예방하고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계기로 남산초를 비롯해 사동초, 부산교대부설초 등 3개교가 스마트폰 프리스쿨을 추진했다. 참여 학교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프리홈도 연계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청소년이 교육을 받는 대상에 머물지 않고 건강한 여가활동과 또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지역사회에 기반을 마련한 게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세계일보·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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