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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에 840조 내고도 안보위기 직면한 사우디, 남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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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반군 공세로 코너 몰린 사우디
막대한 투자에도 지원 못 받는 현실
파병문제, 국익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미국·이란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그 틈바구니에 낀 사우디아라비아가 최악의 안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사우디 주변 해역은 물론 본토와 원유 수송로까지 연일 위협하고 있지만, 최대 안보 우방국인 미국이 군사개입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서다. 작금의 사우디 사태는 결코 남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상한 경각심을 키울 때다.

사우디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무역항 제다 등의 지역에 비상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메카에 경보가 발령된 것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의 심장부조차 후티 반군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원유 수출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사우디는 대체항로인 홍해 바브엘만데브해협마저 후티 반군에 장악당한 데 이어 영토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송유관마저 후티의 공격을 받으며 1932년 건국 이래 최악의 안보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우디로부터 막대한 무역 및 투자를 약속받은 미국은 군사지원에선 시큰둥한 모습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브래드 쿠퍼 미군 중부사령관과 만나 군사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왕세자로부터 두 차례나 전화 요청을 받았지만 후티 공습을 끝내 외면했다. 미국의 입장에선 전쟁이 장기전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새 전선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 행보를 보여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4년간 미국과의 무역·투자를 6000억달러(약 84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악의 안보위기에선 미국의 외면을 받고 있다. 비정한 국제 질서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8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외무장관 회담을 갖는다. 한국의 대미 투자와 정상회담 후속 협의, 북미대화 조율 등과 함께 호르무즈 파병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는 14일(현지시간) 이란전쟁이 끝난 뒤 미국에 도움을 주지 않은 국가들을 상대로 배상을 받아낼 것이라고 재차 겁박했다. 미국의 요구를 곧바로 수용할 일도 아니지만 무조건 반대하기도 쉽지 않다. 파병에 상응하는 대가와 실익도 꼼꼼히 따져야 하고, 우리 장병의 안전과 작전의 정당성, 한반도 안보 공백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신중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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