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첨단의료 등 34개 희망기업 선정
3월 과장급 중심 전담조직 신설·운영
1차 이전된 신용보증기금과 은행 결합
99% 달하는 中企 제조업 혁신 모색
가스공사 중심 에너지통합공사 유치
국가 에너지산업의 중심 구축 전략도
한국물산업진흥원 설립도 예의주시
국내외 관련 산업·기관의 거점 육성
정부가 109개 공공기관 기능개혁(통폐합)안과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을 발표한 가운데 대구시가 지역 혁신 산업 고도화를 이끌 ‘알짜 핵심 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단순한 이전 기관의 숫자를 늘리는 외형적 확장을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애 대응해 지난 2월 유치 희망 기관 34곳을 최종 선정했다. 현재 이들 기관의 특성에 맞춘 유치 논리 개발과 최적의 입지 여건 마련을 마친 상태다. 시는 34개 유치 희망 기관 중 인공지능(AI)·데이터 및 산업진흥 분야가 16곳(47.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첨단의료·헬스케어 분야 8곳, 금융·중소기업 지원 분야 5곳, 기후·에너지·환경 분야 5곳 순이다.
이번 유치 전략의 핵심은 ‘중소·중견 제조업 AI 혁신도시’다. 기존 섬유, 금속 등 전통 제조업에 시가 육성 중인 AI·로봇·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헬스·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기업지원과 연구개발(R&D),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는 견고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시 관계자는 “이전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본과 기술, 정책 지원 기능을 결합해 지역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능 결합’으로 미래 신산업 시너지
대구시는 2차 공공기관 유치의 당위성으로 지역 내 탄탄한 산업 기반을 내세웠다. 대구는 중소기업이 33만여개로 전체 기업의 99.77%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지역 전통 제조업을 AI·로봇·미래모빌리티 등 5대 신산업 중심으로 신속하게 전환하고 있다.
시는 이처럼 고도화되는 지역 산업 기반에 이전 공공기관의 전문 기능이 더해질 경우 지역 산업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을 단순 기관 배치에 맞췄던 것과 달리 2차 이전은 ‘기능 결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는 최우선 유치 대상을 IBK기업은행으로 정했다. 1차로 이전한 신용보증기금은 ‘보증 기능’에 치중돼 있어 보증 이후 실제 대출이나 성장 투자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자금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시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기능에 기업은행의 벤처대출과 기술자금 등 성장금융을 연결해 중소기업 지원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도 핵심 유치 대상으로 꼽힌다. 시는 이들 기관을 지역 대학, 연구기관, 수성알파시티, 국가로봇테스트필드 등과 연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R&D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전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구로 이전한 1차 공공기관들이 개별 기능만 담당하다 보니 기업들이 사업 단계별로 수도권 기관을 다시 찾아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며 “2차 이전에선 기관 간 유기적인 기능 연계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에너지·물산업 ‘대구 중심 통합·유치’
정부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를 통합해 가칭 ‘한국에너지자원공사’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구시가 조직 안정성과 경영 효율성을 근거로 가스공사 중심의 흡수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정부가 신설을 검토 중인 가칭 ‘한국물산업진흥원’의 본사 유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치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한국가스공사의 조직 및 자산 규모가 한국석유공사보다 훨씬 큰 만큼 통합 이후의 시너지 효과와 임직원 편의를 고려하더라도 가스공사를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발표했다.
시는 가스공사가 대구 본사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의 천연가스 도입·비축·공급·운영체계를 완비하고, 공급망 관리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고 있다는 점을 대구 중심 통합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오송재단과 통합이 예고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는 기술 이전 등 주요 성과에서 오송을 앞선다며 본사 기능이 빠져나갈 경우 지역 의료산업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는 정부의 한국물산업진흥원 설립 동향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물산업 기능개혁안에는 진흥원의 구체적인 본사 소재지가 명시되지 않은 상태다. 시는 이미 달성군 구지에 ‘국가물산업클러스터’와 ‘한국물기술인증원’ 등 물산업 기반을 구축해 운영 중인 만큼 대구가 진흥원 설립의 최적지임을 강조한다. 기존 시설과의 연계를 통해 예산 낭비를 막고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이호준 시 물에너지산업과장은 “국내외 주요 물 관련 연구소와 공공기관을 대구로 집적화해 글로벌 물산업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전담 조직 신설·정치권 공조로 유치 총력
대구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전방위적인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는 지난달 3일 과장급 정규 조직인 ‘공공기관이전담당관’을 신설했다. 인력도 기존 7명에서 15명으로 확충했다. 민·관 협력 방식의 ‘공공기관 2차이전 유치위원회’도 구성했다.
중앙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한 유치 활동도 활발하다. 시는 지난 7~8월 국회 정책토론회와 유치전략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이달 3일과 9일 국회와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대구의 정주 여건과 이전 당위성을 건의했다. 실·국장들도 지난달부터 국회와 정부, 유치 대상 기관을 방문하고 있다. 이전 대상 기관을 직접 방문하는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시는 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거·교육·교통 등 정주 여건을 홍보했으며, 지난 4월에는 이전 대상 공공기관을 초청해 정주 여건 설명 간담회와 팸투어도 진행했다.
지역 정치권과의 공조도 이뤄지고 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대구시와 함께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한국벤처투자를 방문해 기관 기능과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 1차 이전기관과의 시너지 등을 바탕으로 대구 이전 필요성을 제안했다. 정동화 시 공공기관이전담당관은 “정부 발표안을 바탕으로 1차 이전기관과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시의 유치 논리를 시민단체 등과 함께 정부, 국회에 적극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대구시장 “가스공사 전국단위 가스 공급… 에너지자원공사 입지로 최적”
“가칭 ‘한국에너지자원공사’ 본사 입지로 대구가 타당합니다.”
추경호(사진) 대구시장은 정부의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통합 추진을 두고 이같이 밝히고, 통합 공사 본사를 대구에 두기 위해 정부 부처와 관계기관, 정치권에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추 시장은 1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통합은 단순한 공공기관 간의 결합이나 지역 간 유치 경쟁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며 “국가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자원 안보 위기에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직 재설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대구 유치를 자신하는 핵심 근거는 두 기관의 압도적인 규모 차이다. 국가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총괄하기 위해선 더 큰 조직과 산업 기반을 갖춘 기관을 중심으로 통합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해 결산 기준 가스공사 직원은 4305명으로 석유공사 1456명의 약 3배이다. 매출액도 각각 35조7273억원과 3조1365억원으로 차이가 상당하다. 추 시장은 “가스공사는 이미 대구 본사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의 천연가스 도입·비축·공급·운영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대구는 전국 공급망을 실시간 관리·통제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과 노하우가 집중된 도시인 만큼 통합 공사의 컨트롤타워로서 명분과 실리 모두를 갖춘 유일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추 시장은 대구의 에너지 정책 역량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대구는 2004년 전국 최초로 ‘솔라시티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와 2022년 세계가스총회를 개최하며 국제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한 바 있다.
추 시장은 “조직 규모와 운영체계, 공급망 통제 역량, 정책 연속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통합의 중심은 가스공사가 돼야 한다”며 “가스공사가 있는 대구가 통합 공사 본사 입지로 가장 적합하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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