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넘게 원내대표 지내며 막강 권한 행사
연방대법원 ‘보수 6 대 진보 3’ 구도 형성해
84세 고령에 ‘폐렴’ 진단 받고 3개월간 입원
미국 연방대법원은 대법원장까지 포함해 총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현재 미 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인 반면 진보 성향은 3명에 불과해 ‘보수 절대 우위’ 구도라는 평가를 듣는다. 이와 같은 사법부의 이념적 지형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17년 넘게 연방의회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지낸 미치 매코널(84) 의원이다.
14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매코널 의원이 입원 후 3개월 만에 미 수도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출석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도전하는 대신 정계를 은퇴하기로 한 매코널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6월11일 이후 거의 3개월 만이다. 고령의 매코널은 6월14일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폐렴 판정을 받은 채 치료를 받아 왔다.
이날 매코널은 “상원 본회의에 다시 돌아가 동료 의원들을 만날 생각에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입원 후) 저의 회복 과정은 무척 길고 종종 답답했다”며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여파가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중동부 켄터키주(州)를 지역구로 둔 그는 “아직 100%로 완전히 돌아오진 못했으나, 최선을 다해 연방법원 판사 인준안 표결 등 의정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며 “켄터키 주민들을 대표하는 상원의원으로서 계속 일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강조했다.
1942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태어난 매코널은 대학 졸업 후 법률가로 활동하다가 1974년 당시 공화당 제럴드 포드 행정부의 법무부 차관보로 발탁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1984년 이래 켄터키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내리 7선을 기록하며 42년 가까이 의정 활동을 해왔다. 지난 2023년 기자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도중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앞만 멍하니 응시하는 모습을 보여 “고령 탓에 정신적 예리함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불거졌다.
결국 매코널은 상원의원으로서 8선에 도전하는 대신 7번쨰 임기가 끝나는 2027년 1월 정계에서 은퇴할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2025년 1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자리는 존 튠 의원(4선·사우스다코타주)에게 넘어갔다.
매코널은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 처음 상원 원내대표에 오른 뒤 무려 17년 넘게 그 자리를 유지했다. 미국에서 상원은 행정부·사법부 고위 공직자 후보들에 대한 인사 검증 및 임명 동의권을 갖는다. 매코널은 특히 대법관을 포함해 연방법원 판사들 인준에 깊숙이 관여하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인 2016년 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캘리아(당시 79세) 대법관이 사망했을 때의 일이다. 매코널은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이 새 대법관 후보자 인선에 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선언했다. 오바마가 진보 성향 법조인을 새 대법관 후보자 지명자로 지명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였다. 당시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 다수당이었다. 상원이 인준안 표결은 물론 청문회 일정을 잡는 것조차 거부하면서 끝내 오바마는 대법관 임명권 행사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듬해인 2017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스캘리아의 빈자리는 보수 성향 닐 고서치 대법관이 채웠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임기 말인 2020년 9월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당시 87세) 대법관이 별세했다. 대선까지 2개월도 채 안 남은 시점이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을 이끌던 매코널은 입장을 180도 바꿔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인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긴즈버그의 후임자가 되었다. 이는 미 대법원의 ‘보수 6 대 진보 3’ 구도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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