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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탐사보도 ‘미군기지 환경오염’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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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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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가 용산 미군기지 반환 부지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아파트를 짓겠다 하고, 서울시는 절대 안 된다며 맞선다. 이 광경을 지켜보자니 22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2004년 11월 기자가 속한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은 탐사보도 ‘미군기지 환경오염 리포트’를 통해 용산 미군기지와 주변 환경오염 실체를 언론 최초로 세상에 알렸다. 당시 취재팀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녹사평역 일대 지하수에서 벤젠이 기준치의 무려 1830배나 검출됐다. 1급 발암물질이 수십년 동안 서울 한복판에 흐르고 있었지만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경악했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취재팀은 이 보도로 그해 제171회 이달의 기자상(기획보도 부문)을 받았다. 또 취재팀은 후속으로 2005년 4월 탐사보도 ‘반환 미군기지 청사진이 없다’ 시리즈를 통해 독일, 필리핀, 일본의 반환기지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난개발을 막을 특별법부터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그 조언은 2년 뒤 결실을 맺었다. 2007년 7월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다. 특별법 제4조(국가 등의 책무) 제2항에는 ‘국가는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함을 원칙으로 하며, 본체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와 여당은 20년 동안 지켜온 ‘본체 부지 전체 공원화’ 원칙까지 깨려고 한다. 용산어린이정원, 군인아파트, 장교숙소, 옛 방사청 부지 등 훼손된 부지에 청년주택을 짓겠다고 하지만 하지만 모두 본체 부지에 속한다. 특별법을 개정해서라도 집을 짓겠다는 얘기다. 특별법에 포함된 부지는 약 90만7000평이다.

더 아이러니한 건 오염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최근 일부 보도에 따르면 용산공원 부지 인근 녹사평역 일대 지하수 8곳에서 지난 4월 다시 벤젠이 검출됐다. 한 관측정에서는 기준치의 335배에 달하는 수치가 나왔다. 세계일보 탐사보도로 오염 실태가 알려진 뒤 20년 넘게 정화 작업을 벌였는데도 이 정도다. 따라서 공원 내부는 더 심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정부와 여당의 방침은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용산공원 주택공급 계획을 중단해 달라는 국민동의청원에 5만명 이상이 참여해 국회 심사대에 올랐다. 용산구청도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특별법은 미군기지 부지 전체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한번 허물어진 원칙은 야금야금 용산공원 전체를 잠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탐사보도 중 일본의 사례를 보면 그들의 선택은 달랐다. 1977년 반환된 도쿄 다치가와 미군기지 141만평 중 54만평을 국립공원 부지로 확정하는 지혜로운 결단을 내렸다. 전 세계에서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도쿄의 핵심 요지이기에 이런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일본은 서두르지도 않았다. 무려 32년에 걸쳐 천천히 조성해 2009년 공원을 완성했다. 바로 쇼와기념공원으로 지금은 연간 250만명이 찾는 도쿄의 허파로 사랑받는다. 나머지 땅도 광역방재기지(약 35만평) 등 철저히 공익적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밀하게 개발됐다.

용산공원도 다르지 않다. 100년 가까이 외국군이 주둔했던 땅, 이제야 시민 품으로 돌아온 땅이다. 오염을 걷어내고, 나무를 심고, 시간을 들여 공원으로 완성하는 게 순리다. 조급하게 아파트를 얹으려다 훼손부터 하는 건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을 우리 세대가 앞당겨 써버리는 미련한 짓이다. 일본이 32년을 기다려 만든 것을, 우리는 왜 몇 년 만에 허물어 넘기려 하는가. 용산의 녹지는 ‘팔 땅’이 아니라 ‘지킬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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