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 등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승계절차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CEO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후보를 선정한 직후 나온 것으로 향후 KB를 포함한 금융권 전반의 CEO인사에 거센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5일 이찬진 금감원장은 임원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은행장을 포함한 다수의 금융지주 자회사 CEO 경영승계절차가 진행될 예정인데 대부분의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수립한 자회사 CEO 승계절차가 미흡하다”며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EO 자격 요건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 정의만 제시하며 후보 압축 단계별 최소 검증기간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형식적인 상시 후보군 관리와 불투명한 후보군 압축 및 검증 절차 등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지주 자추위가 자회사 CEO 상시후보군 현황 등을 공유하거나 은행 임추위에 추천권을 부여한 곳은 일부 지주사에 불과하다”며 “향후 후보군 선정, 검증 및 평가, 기록 등 일련의 CEO 승게절차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올해 1월부터 운영해 온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나온 내용도 언급했다.
그는 “지배구조 선진화 TF에서 CEO 선임이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 등에 기반해 폐쇄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다양한 개선방안을 논의했다”며 “금융회사가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승계절차를 운영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지난 11일 KB금융그룹이 양종희 현 KB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후보로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 부문장을 선정한 직후 나왔다.
업계에서는 양종희 회장의 연임을 확실시 했지만 이 후보자가 전격 발탁되면서 예상을 뒤 엎은 결과가 나왔다.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도전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최종 심사에서 탈락한 것은 KB금융에서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며 금융권 전반을 둘러 봐도 보기 드문 사례다.
아울러 이찬진 원장의 발언은 KB금융만이 타깃은 아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에서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CEO는 총 54명에 달한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의 임기도 올해 말 끝난다.
사실상 주요 금융지주의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제대로 선임하라’라고 경고를 날린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이례적 후보자 선정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KB금융에 이어 타 금융지주들도 보다 엄격한 선임절차를 거쳐 주요 계열사 CEO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금융권에 인사태풍이 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금감원은 금융권 CEO 선임과 관련 “금감원도 CEO 승계가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진행되는지 등 점검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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