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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걷어찬 술상이 바위가 됐다…고창 병바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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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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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병바위 일원 명승 지정
전북 고창군 아산면 병바위 일원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2021년 12월 명승으로 지정된 범위는 14만1547㎡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전북 고창군 아산면 병바위 일원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2021년 12월 명승으로 지정된 범위는 14만1547㎡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전북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호암마을에는 높이 35m짜리 바위가 거꾸로 꽂힌 호리병 모양으로 서 있다. 사진에 담기는 것은 대개 이 바위 하나지만, 2021년 12월 6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것은 병바위 하나가 아니다. 술병과 소반, 신선이 앉았다는 자리까지 14만1547㎡가 한 묶음으로 ‘고창 병바위 일원’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왼쪽 끝 병바위와 오른쪽 전좌바위가 한 능선에 서 있다. 명승 「고창 병바위 일원」은 이 바위들을 함께 묶은 이름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왼쪽 끝 병바위와 오른쪽 전좌바위가 한 능선에 서 있다. 명승 「고창 병바위 일원」은 이 바위들을 함께 묶은 이름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 술병 하나가 아니라 술상 한 벌

 

바위 이름의 유래는 술자리다. 선동마을 뒤 잔칫집에서 몹시 취한 신선이 소반을 걷어차자 그 위에 있던 술병이 굴러 거꾸로 꽂혔고, 그것이 병바위가 됐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설화는 바위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문화재청이 2021년 9월 8일 지정예고 때 밝힌 명승 범위에는 병바위와 함께 소반바위, 전좌바위(두락암), 그리고 전좌바위 옆면에 들어선 작은 정자 두암초당이 들어 있다.

 

걷어차인 소반과 술병, 신선이 앉았던 자리가 모두 이름을 얻어 한자리에 남은 셈이다.

 

이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일대를 금반옥호(金盤玉壺), 곧 금소반 위의 옥병이라 불렀다. 취해 누운 신선이라는 뜻의 선인취와(仙人醉臥)라는 이름도 함께 전해 온다.

보는 방향에 따라 엎어놓은 호리병으로도, 사람 얼굴로도 읽힌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보는 방향에 따라 엎어놓은 호리병으로도, 사람 얼굴로도 읽힌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 보는 방향에 따라 호리병, 또 사람 얼굴

 

병바위는 백악기 유문암질 용암과 응회암이 풍화와 침식을 겪으며 지금의 모습이 됐다. 병바위를 이루는 유문암이 주변 화산력응회암보다 단단하고 치밀해 덜 깎여 나간 결과다.

 

그래서 바위는 가파른 수직 절벽을 이루고, 표면에는 벌집처럼 파인 타포니 구조가 남았다. 바위에는 백화등과 담쟁이가 붙었고 둘레에는 소나무 군락이 섰다.

 

보는 방향에 따라 엎어놓은 호리병으로도, 사람 얼굴로도 읽히는 것이 이 바위를 찾는 이유다.

전좌바위 옆면에 들어선 두암초당. 조선 중기 이후 학문을 익히고 가르치던 자리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전좌바위 옆면에 들어선 두암초당. 조선 중기 이후 학문을 익히고 가르치던 자리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 고문헌에도 이미 명승으로 기록

 

병바위가 이름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문화재청은 지정예고에서 이 일대가 여지도서와 대동지지 등 옛 문헌에 기록된 오래된 명승이라고 밝혔다.

 

조선 중기 이후로는 두암초당을 중심으로 학문을 익히고 가르치던 자리였고, 그 뒤로도 시와 글, 그림의 소재가 됐다.

 

명승 지정은 2021년 9월 8일 30일간의 예고를 거쳐 그해 12월 6일 확정됐다. 국가유산포털에 등록된 지정 면적은 14만1547㎡, 분류는 자연유산 가운데 역사문화경관이다.

 

바위가 선 전북 서해안 일대는 2017년 9월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이후 2023년 5월 17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고창 13곳과 부안 19곳 등 32곳이 지질명소로 지정돼 있으며 병바위도 그중 하나다.

꽃무릇이 핀 두암초당. 한국관광공사 사진기자단이 「9월 추천여행지」로 2025년 9월 촬영한 사진 가운데 하나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꽃무릇이 핀 두암초당. 한국관광공사 사진기자단이 「9월 추천여행지」로 2025년 9월 촬영한 사진 가운데 하나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탐방로 들머리에 선 국가지질공원·국가산림문화자산 안내판. 병바위와 전좌바위, 두암초당을 잇는 길이 표시돼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탐방로 들머리에 선 국가지질공원·국가산림문화자산 안내판. 병바위와 전좌바위, 두암초당을 잇는 길이 표시돼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조영권) 제공

◆ 상시 개방에 입장료도 없다

 

한편 병바위는 따로 문을 여닫지 않는다. 입장료 역시 받지 않는다.

 

관광공사가 내놓은 여행 안내에는 바위 아래까지 차로 들어갈 수 있고, 아산초등학교나 영모정 입구에 차를 두고 걷는 방법이 적혀 있다.

 

둘러보는 순서는 병바위에서 시작해 아산초등학교를 지나 두암초당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는 길이 무난하다. 명승으로 묶인 네 곳 가운데 셋을 이 길에서 볼 수 있다.

 

바위만 보고 돌아서면 걷어차인 소반도, 신선이 앉았다는 자리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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