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주식을 1억 원 이상 보유한 미성년자가 1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미성년 주주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고액 자산을 쥔 소수 층으로 주식 평가액이 집중되면서 ‘자산 고액화’ 및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주식을 1억 원 이상 보유한 미성년자는 5400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연도 2800명 대비 92.9% 늘어난 수치다. 5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을 가진 미성년 주주 역시 4400명에서 1만 명으로 127.3% 뛰었다.
◆ 소액 주주는 감소세… ‘10세 미만’ 평가액은 1조 8000억 육박
반면 소액을 쥔 미성년 주주는 축소되는 추세다. 1000만 원 미만 보유자는 67만 6600명에서 60만 6800명으로 감소했다.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 구간은 8만 9600명에서 14만 7300명으로 6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전체 미성년 주식 보유자 수도 2024년 말 77만 3400명에서 지난해 말 76만 9600명으로 줄었다. 미성년 주주는 2021년 65만 6300명, 2022년 75만 3300명, 2023년 76만 1700명으로 꾸준히 늘어오다 지난해 들어 증가세가 꺾였다.
주주 수는 줄었으나 총자산 규모는 급증했다. 미성년 주주의 전체 주식 평가액은 2024년 4조 6501억 원에서 지난해 7조 3113억 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10세 미만 주주층에서 이러한 쏠림이 두드러졌다. 10세 미만 주식 보유자는 2024년 25만 4700명에서 지난해 23만 2100명으로 2만 명 넘게 줄었지만, 보유 평가액은 1조 2488억 원에서 1조 8355억 원으로 47.0% 늘었다. 미성년 주식투자의 저변이 넓어지기보다는 고액 보유층의 덩치가 커진 셈이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가 매년 마지막 거래일 종가 기준으로 산출되는 만큼, 증시 상승에 따른 기존 보유 자산의 평가액 상승효과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美 지수 ETF로 자금 집중
미성년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국내 대표 대형주와 미국 지수 추종 상품으로 몰렸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가 이달 10일쯤 집계한 미성년자 계좌의 순매수 통계에 따르면, 개별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515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SK하이닉스(349억 원), 현대차(109억 원)가 뒤를 이었다.
이어 삼성전자우(41억 원), NAVER(38억 원), 대신증권우(29억 원), 삼양통상(22억 원), 두산에너빌리티(21억 원), 한국전력(18억 원), LS ELECTRIC(18억 원) 순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미국 대표 지수를 담은 상품이 강세를 보였다. ‘TIGER 미국S&P500’ 순매수액이 250억 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KODEX 미국나스닥100’(139억 원), ‘KODEX 미국S&P500’(102억 원), ‘TIGER 미국나스닥100’(89억 원) 등 주요 지수 추종 ETF가 상위권을 독식했다.
박 의원은 “미성년자 주식 보유액이 7조 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이제 주식투자가 성인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투자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과 별개로 부모의 자산이 자녀 명의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나 자금출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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