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부터 이어진 폐전자제품 재활용…‘도시광산’ 메달 제작
휴대전화 1t서 금 340g 회수…일반 금광석보다 무려 68배
아이치산 히노키 케이스·붓꽃 리본…메달 밖에도 개최지 정체성 담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선수의 목에 금빛 메달이 걸린다. 오랜 시간 흘린 땀과 경쟁을 이겨낸 결과인 만큼 메달에는 선수의 영광뿐 아니라 개최국과 개최 도시가 담아내고 싶은 가치도 함께 새겨진다. 이처럼 메달은 단순한 경기의 결과물을 넘어, 대회가 열리는 시대와 도시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9월19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메달도 그렇다. 겉으로는 익숙한 금·은·동의 메달이지만, 재료와 가격부터 제작 과정과 디자인까지 들여다보면 이번 대회가 메달에 담으려 한 이야기가 선명해진다. 폐전자제품에서 회수한 금속을 활용하고, 개최지 아이치의 소재와 상징을 새겨 넣었다.
금메달의 무게는 약 265g이다. 직경 80㎜, 두께 5㎜인 메달에 입힌 금은 최소 1g에 불과하다. 전체 무게의 0.38% 수준이다. 나머지는 순은이다. 은메달은 약 264g의 순은, 동메달은 약 222g의 단주(丹銅·구리 95%, 아연 5%)로 제작된다.
그렇다면 금속으로서의 가격은 얼마일까. 8월31일 국제 원자재 시세와 원·달러 환율을 적용해 계산한 원재료 가치는 금메달 약 97만원, 은메달 약 78만원, 동메달 약 4300원이다. 금메달은 은메달보다 약 19만원 비싸고, 동메달보다 약 226배 비싸다. 은메달의 원재료 가치는 동메달의 약 181배다. 메달의 주조·가공·도금·디자인·운송비와 리본·케이스 제작비 등은 포함하지 않은 금속 원재료의 가치다.
금메달에 들어가는 금은 최소 1g에 불과한 반면 순은은 264g이나 된다. 무게만 놓고 보면 금보다 은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동메달은 구리 약 210.9g, 아연 약 11.1g에 해당하며,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금속 가치는 약 4300원 수준이다.
다만 ‘97만원’은 메달의 제작원가가 아니다. 정밀가공과 표면처리, 금 도금, 품질관리, 디자인 등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별도다. 또 금메달의 금 사용량이 ‘최소 1g’으로 공개돼 있어 실제 금속 원재료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97만원은 공개된 재질과 8월31일 국제 시세 및 원·달러 환율을 바탕으로 산출한 추정치다.
하지만 나고야 대회 메달의 의미는 원재료 가격에만 머물지 않는다. 메달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환경과 자원순환의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나고야 대회 조직위원회는 폐소형 전자제품에서 회수한 금속 일부를 메달 제작에 활용하는 ‘리사이클 메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참여 지방자치단체가 수거한 소형 가전에서 금속을 회수해 메달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대회 조직위는 이를 ‘도시광산’에서 회수한 금속을 활용해 순환형 사회를 촉진하는 사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앞서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이 같은 리사이클 메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전국에서 소형 전자제품을 모아 금·은·동메달 약 5000개를 제작했다. 당시 일본 전역에 1만8000개 이상의 수거함이 설치됐고, 전체 지방자치단체의 약 90%에 해당하는 1618곳이 참여했다.
2019년 2월 기준 회수한 금속은 금 28.4㎏, 은 3500㎏, 동 2700㎏이었다. 당초 목표는 각각 금 30.3㎏, 은 4100㎏, 동 2700㎏으로, 금은 목표량의 93.7%, 은은 85.4%, 동은 100%를 확보했다. 회수 금속은 모두 6228.4㎏에 달했다.
이른바 ‘도시광산’의 가치도 상당하다. 도쿄 2020 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 1t에서 회수할 수 있는 금은 약 340g, 은은 약 1400g으로 제시됐다. 일반적인 금광석 1t에서 얻는 금 약 5g, 은광석 1t의 은 약 250g과 비교하면 금은 68배, 은은 5.6배다. 폐전자제품이 땅속 광산에 버금가는 금속 자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휴대전화 1t에서 회수할 수 있다고 제시된 금 340g은 나고야 대회 금메달의 최소 금 사용량을 기준으로 340개 분량이다.
나고야 대회는 메달을 담는 케이스와 리본에도 개최지의 정체성을 새겼다. 메달 케이스는 아이치현산 히노키로 제작됐으며, 안팎 모두 팔각형 구조다. ‘八’은 과거 이 지역을 다스렸던 오와리 도쿠가와 가문의 문양에 사용됐고, 현재 나고야시의 시 상징에도 들어간다. 아이치의 차 문화에서 다기 등 귀중품을 목상자에 보관해 온 전통도 케이스에 반영했다. 메달 리본에는 아이치현의 공식 꽃인 카키쓰바타(붓꽃)의 실루엣과 잎에서 따온 곡선을 활용했다.
시선을 올림픽으로 넓히면 ‘금메달의 금’이 얼마나 적은지 더욱 선명해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기준상 올림픽 금메달은 은 함량 최소 92.5%, 금 최소 6g이다. 순금으로 제작된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은 1912년 스톡홀름 대회였다.
최근 올림픽에서는 메달 자체에 개최 도시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도 이어지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은 모든 메달 중앙에 에펠탑에서 실제로 떼어낸 철 18g을 넣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합쳐 5084개의 메달이 제작됐고, 금·은메달에 쓰인 금속은 재활용 소재로 인증됐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506g, 은메달은 500g, 동메달은 420g이다. 금메달에는 순은 500g과 순금 6g이 사용됐다. 직경은 80㎜, 두께는 10㎜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합쳐 1146개의 메달이 제작됐다. 나고야 대회 금메달보다 241g 무겁고, 무게로는 약 1.91배다.
이번 나고야 대회에는 45개 국가·지역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난민팀이 참가한다. 조직위가 제시한 경기 프로그램은 43개 종목이며, 469개의 메달 종목에서 총 1407개의 메달이 선수들에게 돌아간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철거민 딱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10/128/20260910518946.jpg
)
![[기자가만난세상] 역사에 ‘완벽한 가짜’는 없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10/128/20260910518892.jpg
)
![[삶과문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02/128/20260702518617.jpg
)
![가장 조용한 한류 [이지영의 K컬처 여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10/128/2026091051885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