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미혼 남녀의 데이트 비용 부담 척도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 미혼 남녀가 데이트 비용으로 갈등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이 비용을 적게 내거나 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에서는 여성 3명 중 2명이 첫 데이트부터 각자 계산하는 ‘반반’ 부담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상대가 안 냈다” 한국 데이트 갈등의 주된 이유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미혼 남녀 506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비용 설문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이날 설문에 따르면 남녀가 10점을 나눠 배분하게 한 적정 분담 비율은 남성 5.96 대 여성 4.04로 나타나 6 대 4 분담이 적절하다는 인식이 우세했다.
이런 인식은 일본과 유사한 흐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 부담 비율이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비용으로 갈등을 겪은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7.8%는 “있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묻자 “둘 중 한 사람이 비용을 너무 적게 내거나 아예 내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3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비 성향이나 선호하는 데이트 코스에 대한 가치관 차이”가 34.4%로 2위를 기록했다.
“수입 차이가 있음에도 무조건 반반씩 분담하려 해서”라는 응답은 18.9%로 3위였고, “데이트 통장 개설·운영 과정에서의 의견 차이”가 7.8%로 4위를 차지했다. 기타 응답은 1.1%였다.
비용을 두고 다투는 근본적인 원인은 성별에 따라 명확하게 갈렸다. 남성은 “소비 성향·데이트 코스에 대한 가치관 차이”를 갈등 원인 1위(48.0%)로 꼽았다.
반면 여성은 “한쪽이 비용을 너무 적게 내거나 안 내서”를 1위(40.0%)로 지목했다.
2위 응답 역시 엇갈렸다. 남성의 36.0%는 “비용을 적게 내거나 안 내서”를 선택했고 여성의 30.0%는 “수입 차이에도 무조건 반반 분담”을 요구하는 상황을 2위로 답했다.
◆ 일본 여성 3명 중 2명은 “첫 데이트도 반반으로”
한국과 달리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여성이 먼저 반반 부담을 원하고 있다.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가 지난 2월 5일 공개한 ‘연애·결혼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데이트에서 어느 정도를 본인이 지불하기를 희망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첫 데이트에서 “반반”을 택한 여성이 67.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규정한 지불에는 식사비와 커피숍, 숙박 등 데이트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성향은 연애가 진행되어도 유지됐다. 일본 여성들은 두 번째 이후 데이트에서는 67.9%가 공평하게 부담하길 원했고 교제가 시작된 뒤의 데이트에서도 66.5%가 반반 지불을 선택했다.
남성의 응답은 여성과 차이를 보였다. 첫 데이트에서 “전부 지불한다”는 남성은 43.6%였고 “많이 지불한다”는 24.5%를 기록해 3명 중 2명이 자신이 더 내겠다고 답했다.
다만 만남 회차가 늘어날수록 남성의 부담 비중은 낮아졌다. 두 번째 이후 데이트에서는 “전부 지불한다”는 응답이 31.5%로 줄었고 교제가 시작된 뒤에는 25.4%까지 떨어졌다.
◆ 2년 만에 급변한 일본의 더치페이 문화 그 원인은?
주목할 부분은 인식 변화의 속도다. 같은 기관의 2023년 조사와 비교하면 첫 데이트에서 남성의 “전부 지불한다” 응답은 5.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여성의 “반반” 응답은 오히려 8.6%포인트 상승했다.
리포트를 분석한 모리타 유키히로 이코노미스트는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사준다’, ‘얻어먹는다’는 관계에 큰 변동이 생기고 있다”며 “첫 데이트라 해도 남녀 모두 지불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더치페이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의 동기가 남녀에게 각각 다르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우선 남성은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꼈다.
이번 조사에서 데이트 비용에 물가 상승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미혼자 전체의 38.5%였으며 특히 남성 20대에서는 48.5%로 절반에 육박했다.
실제 일본 총무성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외식 가격은 6.7% 올랐고 입장·관람·게임비는 4.3% 상승했다.
여성 측의 인식 변화는 경제력 향상이 주된 배경으로 지목됐다. 일본 총무성 노동력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 여성 노동력률은 2023년 11월 55.3%에서 2025년 11월 56.8%로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남성의 노동력률은 약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모리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적 자립을 이룬 여성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등하게’ 혹은 ‘더치페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첫 데이트에서 더치페이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늘어난 가운데 교제와 결혼에서도 머지않아 여러 부담을 확실히 대등하게 나누는 관계가 표준이 돼 갈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한편 가연의 이번 조사는 25세에서 39세 미혼 남녀 506명을 대상으로 오픈서베이를 통해 진행됐으며 신뢰수준 80%에 표본오차는 ±2.85%포인트다.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 조사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21일까지 전국 47개 도도부현의 18세부터 54세 남녀 8872명(남성 4413명, 여성 4459명)을 대상으로 웹을 통해 진행됐다. 응답자는 기혼자 3909명과 미혼자 4963명으로, 기혼자는 결혼 전 연애를 기준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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