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이제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전환점에 들어섰다. 많은 이들이 고령화를 인구 구조의 변화나 사회적 비용의 증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다.
노년기는 단순히 삶의 속도를 줄이는 시기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쌓아온 삶의 지혜와 풍부한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사회에 다시 꽃피우는 '제2의 전성기'이자 '완성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을 현실로 바꿔 온 것이 바로 지난 20년간 묵묵히 이어온 노인자원봉사다. 돌봄과 환경보호, 지역 안전과 문화예술, 그리고 세대 간의 단절을 잇는 통합에 이르기까지 어르신들의 따뜻한 손길은 우리 지역사회의 보이지 않는 빈틈을 메우는 가장 다정하고도 강력한 안전망이 되어줬다. 골목길의 위험을 살피고, 홀로 지내는 이웃의 안부를 묻고, 아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는 어르신들의 활동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우리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게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해왔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모습은 늘 깊은 감동을 준다. 한궁(韓弓)지도자 자격을 취득해 또래 어르신들의 신체적 활력을 깨우며 함께 웃는 사람, 정성껏 만든 반찬과 삼계탕을 들고 복지 사각지대의 이웃을 찾아가 외로움을 달래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저는 진정한 '나눔의 품격'을 본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작은 배움이 타인의 삶을 바꾸는 봉사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봉사자 스스로가 새로운 삶의 의미와 역할을 찾는 선순환의 과정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건강한 노년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노인이 단순히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지탱하고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주체임을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다.
이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 노년층으로 진입하고 계신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은 교육 수준과 전문적인 직업 경력, 그리고 능숙한 디지털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 사람들이 가진 전문성과 열정이 지역사회의 구체적인 필요와 세밀하게 연결된다면, 노인자원봉사는 더욱 다채롭고 전문적인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다. 교직 경험은 아이들의 진로 지원으로, 의료ㆍ복지 경력은 건강생활 지원으로, 기술적 숙련도는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재능 기반의 나눔'이 확산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가능성이 일부의 우수사례에 머물지 않고 전국 곳곳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 우선 참여의 문턱을 낮추어 더 많은 어르신이 자신의 역량에 맞는 활동을 찾으실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정비하겠다. 또한 봉사하는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자부심 있게 활동하실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과 안전관리 시스템을 더욱 촘촘히 강화하겠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내어주신 시간과 헌신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우리 사회가 꼭 기억하고 존중해야 할 소중한 가치로 인식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 활동 기록의 체계화와 포상, 우수사례의 적극적인 공유를 통해 나눔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오는 9월 14일 열리는 '제20회 노인자원봉사 대축제'는 지난 20년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앞으로의 새로운 20년을 함께 그려보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지난 20년이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그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나이는 사회에 기여하는 데 결코 장벽이 될 수 없습니다. 어르신의 경험이 나눔이 되고, 그 나눔이 세대와 지역을 잇는 신뢰의 다리가 되는 사회, 모든 어르신이 자신의 방식대로 참여하고 존중받는 따뜻한 미래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가겠다.
글: 보건복지부 제1차관 현수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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