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가 백화점과 쇼핑몰의 새로운 집객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에서 주로 팔리던 발레웨어를 직접 입어보려는 수요에 발레·바레 체험까지 결합되면서다. 몇 년 전 패션 유행으로 시작한 ‘발레코어’가 운동과 쇼핑을 함께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흥행 사례는 더현대 서울이다. 댄스팜코퍼레이션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발레 클로젯(Ballet Closet)’ 팝업을 열었다.
메시아댄스웨어와 웰니스 애슬레저 브랜드 포타(POTA), 발레 무드를 일상복에 적용한 디아트레(THE AIRE)를 한 공간에 모았다. 댄스팜 측에 따르면 7일간 약 1만명이 방문했고 통합 매출은 약 2억원을 기록했다. 한때 최대 400명이 입장을 기다리기도 했다.
상품만 판매한 것도 아니다. 메시아컬쳐스튜디오의 ‘메가노바 발레 클래스’와 포타의 ‘발레 투어’를 함께 운영했는데 두 프로그램 모두 사전 신청을 연 지 10초 만에 마감됐다. 메가노바 클래스는 발레복이 포함된 수강권을 판매해 참가자가 전문 발레웨어를 직접 입고 90분간 수업을 받도록 했다. 제품을 보고 사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운동 경험까지 판매한 셈이다.
복합쇼핑몰도 발레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지난 6월 ‘발레 아틀리에’를 열고 발레시모·데비웨어·다프네 로럴·데가제·큐피도·일레르 등 발레웨어 전문 브랜드 6곳을 한자리에 모았다. 발레시모와 데비웨어, 큐피도, 일레르는 당시 유통사 팝업이 처음이었다.
발레웨어는 온라인 브랜드 비중이 높지만 몸에 밀착되는 제품이 많아 소재와 착용감, 실루엣을 직접 확인하려는 수요가 크다. 아이파크몰도 앞서 진행한 다프네 로럴 단독 팝업에서 집객과 매출 성과를 확인한 뒤 6개 브랜드를 묶은 기획전으로 규모를 키웠다.
백화점에서는 단독 브랜드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발레 브랜드 레페토는 지난 7월부터 더현대 서울에서 장기 팝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발레리나 플랫뿐 아니라 발레·액티브웨어까지 함께 선보이며 신발에서 의류로 상품군을 넓혔다.
지난 3월에는 발레웨어 브랜드 보우낸져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팝업을 열어 2026년 봄·여름 신제품을 선보였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던 상품을 소비자가 직접 착용해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발레에서 파생된 운동인 바레도 유통·패션업계의 체험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미국 액티브웨어 브랜드 뷰오리는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4층 규모 팝업을 열고 3·4층을 고객 참여 공간으로 꾸몄다. 바레 전문 스튜디오 원더바레와 손잡고 바레를 비롯해 요가·필라테스·러닝·K팝 댄스 수업을 진행했다. 단순 제품 전시보다 브랜드가 제안하는 운동을 직접 해보도록 만든 것이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도 성인 발레와 바레 강좌를 확대하고 있다. 압구정본점에서는 클래식 발레와 코어 바레 원데이 클래스를, 더현대 대구에서는 9월부터 11월까지 성인 취미 발레 정규 강좌를 운영한다. 쇼핑 공간 안에서 발레웨어를 사고 실제 발레와 바레까지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나는 셈이다.
발레 열풍은 전문 운동복에만 머물지 않는다. 레이스와 랩 니트, 플랫슈즈처럼 발레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일상복으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패션·라이프스타일 리테일 기업 쉬인(SHEIN)이 한국 사이트 검색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레이스’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9% 늘었다. 레이스는 올해 관련 검색어 가운데 매달 가장 많은 검색량을 기록했고 7월에는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발레’ 자체를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쉬인에 따르면 6월 22일부터 8월 27일까지 발레 검색량은 14.4% 증가했다. 8월 1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최근 3주 동안에는 35.4% 늘었다. 쉬인 자체 사이트 검색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수치지만 발레 관련 관심이 패션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일상에서는 레오타드 같은 전문 발레복을 그대로 입기보다 발레의 디자인 요소를 가져오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레이스 캐미솔과 슬립 스커트, 랩 톱, 레그워머, 발레 플랫이다. 레이스 캐미솔을 데님이나 와이드 팬츠에 입거나 슬립 스커트를 팬츠 위에 겹쳐 입는 식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진다. 레이스 톱 위에 카디건이나 재킷을 걸치고, 레깅스나 플레어 팬츠에 랩 니트와 워머를 더할 수 있다. 발레 플랫과 메리제인 슈즈도 데님과 니트, 가죽 아우터 같은 가을 옷과 함께 신기 쉽다.
쉬인의 애슬레저 브랜드 글로우모드(GLOWMODE)도 ‘발레와 바레 컬렉션’을 통해 랩 톱과 레깅스, 플레어 팬츠 등 스튜디오와 일상에서 함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전문 발레웨어와 발레에서 디자인을 가져온 일상복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과거 발레코어가 리본과 플랫슈즈 중심의 패션 유행이었다면 최근에는 실제 발레를 배우는 취미 인구, 기능성 운동복, 체험형 클래스가 한 시장에서 만나고 있다.
온라인에서 옷을 구경하던 소비자를 백화점과 쇼핑몰로 불러내 직접 입혀보고, 운동까지 경험하게 하는 콘텐츠로 발레가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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