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 전부터 이유도 없이 두통이 심하고 열감이 심한 상태로 지냈다.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해봤지만 둘 다 아니었다. 계속 두통 때문에 새벽 4시쯤에 잠이 깼는데, 친한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고 놀렸다. 평생 야행성 인간이었던 나로서는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두통약을 먹으면서 몇 주간을 멍한 상태로 지내다가 수면 환경과 일상생활 환경을 점검해 보았다. 그러다 찾아볼 책이 있어 도서관에 갔다. 원래 도서관이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왠지 도서관에 있는 동안 마음도 편하고 뜨거웠던 머리가 좀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더 자주 갈 일을 만들었다.
노트북을 쓰지 않고 책만 읽는 독서 전용 좌석에 앉아 메모 정도만 하면서 책을 읽었더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뭔가를 쓰려고 하거나 새로운 것을 기획하거나 할 때도 습관적으로 노트북을 두드리게 되는 습관을 좀 고치고 싶기도 했고, 소음이 없는 곳에 있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 가끔 엎드려 잠도 잤다.
보통 점심은 도서관 식당을 이용했는데 요즘은 도시락을 가져가 벤치에 앉아서 먹고는 숲길을 산책한다. 도서관을 둘러싼 높다란 나무 아랫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나아지는 효과를 보았다. 한번은 커다란 까치인지 까마귀인지가 날아와 도시락 뚜껑을 입에 물고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다. 먹을 게 없는 빈 뚜껑을 가져가다니, 미안할 따름이다.
그렇게 몇 번 도서관에 다니면서 내 병이 무엇 때문인지 알게 되었다.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는 노트북과 휴대폰, 이어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도서관에 가더라도 하루 정도는 온전히 책만 읽거나 혼자 생각하는 시간으로 정해두려고 한다. 가벼운 메모와 노트 작업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도서관 공간을 채우고 있는 가구도 조명도 소파도 충분히 아름답다. 믿을 수 없겠지만 도서관에 있는 날을 하루씩 더 늘려나가면서 두통 증세가 완화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공공 도서관은 내게 디지털 디톡스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도서관이 디지털 디톡스뿐만 아니라 육아도, 연구도, 명상도, 요가도 가능한 공간이 될 수는 없을까. 서울 시내에 있는 수많은 카페는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는 절대로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없지만 도서관은 하루 종일 있어도 무료다. 괜히 열이 나는 분들은 도서관에 있어 볼 것을 권한다. 최소한 디지털 디톡스만이라도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강영숙 소설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철거민 딱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10/128/20260910518946.jpg
)
![[기자가만난세상] 역사에 ‘완벽한 가짜’는 없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10/128/20260910518892.jpg
)
![[삶과문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02/128/20260702518617.jpg
)
![가장 조용한 한류 [이지영의 K컬처 여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10/128/2026091051885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