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통·물류 회랑 개발 등
韓 부산항 육성 구상 큰 관심”
“러는 핵추진 쇄빙선 운용 강점
韓 에너지선박 건조 역량 있어”
“서방 제재가 양국 협력에 제약
당장은 경제·문화 분야 등 집중”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는 8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추진하는 북극항로 개발과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물류 통로로 북극항로가 주목받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를 자국 북극 지역 개발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북극항로 개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을 새로운 국가 해양전략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면서 부산항을 북극항로의 아시아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22일에는 ‘팬스타 아크로호’가 부산을 출발해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섰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 영토의 약 25%가 북극 지역에 속하고, 이곳에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가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북극항로 물동량이 약 400만t에서 4000만t으로 10배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가 부산을 북극항로의 아시아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구상에 대해서는 “국제 교통·물류 회랑 개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다. 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한·러 협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으면서도 대러 제재가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북극항로 구상에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실제 항로 개척과 경제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대러 제재와 경색된 한·러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와 서유럽 국가들의 관계에 비하면 한·러 관계는 훨씬 더 낙관적”이라며 “협력 잠재력도 크고 함께할 수 있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북극항로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는.
“영토의 약 25%가 북극 지역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이 지역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 왔고, 최근 몇 년간은 더욱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 20년간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축적했고 첨단기술 발전으로 북극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국제협력도 염두에 두나.
“그렇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도 최근 중국과 인도, 브릭스,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과의 북극 협력을 언급했다. 한국과 싱가포르도 러시아와의 북극 지역 협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부산을 북극항로의 아시아 거점으로 육성하려 한다.
“한국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국제 교통·물류 회랑 개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러시아 북극 개발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과 협력할 가능성도 생긴다.”
―한국과 협력 가능한 분야는.
“과거 러시아와 한국은 조선 산업과 LNG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 왔다. 북극의 에너지 자원을 운송할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도 러시아는 한국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북극항로에 가진 러시아의 강점은.
“러시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추진 쇄빙선을 건조, 운용하는 나라다. 북극항로 개발에서 러시아가 가진 중요한 역량 가운데 하나다.”
―북극항로 물동량은 늘었나.
“2014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와 국제 운송을 포함한 물동량이 약 400만t에서 4000만t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앞으로도 더 늘 것으로 본다.”
―한·러 북극 협력의 가장 큰 제약은.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 체제에 동참한 이후 양국의 조선 분야 협력은 여러 문제에 직면했고 사실상 중단됐다.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체적인 선박 건조 역량을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당장 협력 가능한 분야를 꼽는다면.
“실현하기 어려운 대규모 프로젝트보다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 경제·문화·교육 분야의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러 직항편이 재개되면 양국 국민이 서로 방문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향후 한·러 관계 전망은.
“러시아와 서유럽 국가들의 관계에 비하면 한·러 관계는 훨씬 더 낙관적이다. 협력 잠재력도 크고,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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