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암→석회규산염암’ 수정
박수민 의원 “지질 부적합 논란 덮기용 의심”
원자력환경公 “종합결과와 일치시킨 것뿐” 해명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강원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부지조사 보고서에서 추가 분석·감정도 하지 않고 지하 암석 표기를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기술 개발을 위해 추진 중인 지하연구시설 부지로 태백이 선정된 이후 지질 특성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오던 터였다. 공단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별도 검증 없이 암석 ‘이름표’만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원자력환경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5월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부지조사 보고서에서 ‘석회암’이라 기재했던 지층 구간을 별도 실내분석·재감정 절차 없이 ‘석회규산염암’으로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이와 관련해 “용어가 혼용되지 않도록 정비한 것으로 별도 실내분석 또는 재감정을 추가 실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기존 ‘석회암’ 표기는 시추조사 당시 현장에서 암석 표본의 육안관찰·염산반응 등에 기초해 기재한 것이고 ‘석회규산염암’으로의 수정은 지난해 5월29일 전문가 논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공단의 명칭 변경 배경이 된 ‘전문가 논의’ 시점은 언론을 통해 ‘지하에 석회암 등 다종의 퇴적암이 섞여 있어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부지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 불과 사흘 지난 때였다.
석회암은 주성분이 탄산칼슘이기 때문에 약산성을 띠는 지하수에 녹는 동시에 높은 압력을 받을 경우 쉽게 변형되는 특징을 갖는다. 반면 석회규산염암은 석회암이 열과 압력을 받아 규산염 광물로 재결정화된 암석으로 지하수에 쉽게 녹지 않고 강도도 높다.
결국 공단이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별도 검증 없이 ‘전문가 논의’만 내세워 암석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공단은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현장 결과인 석회암이 최종 결론인 것으로 오해가 발생함에 따라 해당 부분을 종합 결과와 일치시켜 석회규산염암으로 수정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2024년 12월에 나온 관련 보고서에도 편광현미경 분석과 실내시험에서 석회규산염암이란 평가가 나왔단 것이다.
공단과 태백시가 올해부터 2032년까지 6400억여원을 들여 지상 3만6000㎡, 지하 6만㎡ 규모로 추진하는 지하연구시설 조성 사업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기술 검증·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은 지하연구시설에 대해 처분시설 부지 선정 전에 건설해 ‘처분시설 지질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연구하고 필요한 기술 개발을 수행하는 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업지로 선정된 태백이 처분시설의 지질환경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입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박수민 의원은 “부지 적합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음에도 추가 분석이나 감정도 없이 암석 명칭만 바꿔 논란을 덮어버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고준위방폐물 처리는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연구시설부터 과학적 근거와 검증절차에 의혹이 제기되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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