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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반도체 산단 ‘전격전’ 옳지만 물리법칙까지 거스를 순 없어”… 이순형 소장의 냉정한 진단 [기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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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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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이순형 동신대 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장
“에너지정책, 선언 아닌 실천이 필요한 때
재생E는 불안정하다고?… 계통설계 문제와 혼동해선 안돼”

“지금은 선언·운동이 필요한 때가 아닙니다. 실천을 해야 합니다.”

 

동신대 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순형 특임교수(전기공학)는 지난달 31일 전남광주 나주 동신대 혁신융합캠퍼스에서 기자를 만나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담론 현황에 대해 이론·구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순형 동신대 특임교수(전기공학)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가 반도체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할 전원으로 맞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순형 교수 제공
이순형 동신대 특임교수(전기공학)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가 반도체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할 전원으로 맞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순형 교수 제공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만 해도 원전·LNG(액화천연가스)·재생에너지 등 특정 전원에 대한 찬반 위주 논쟁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소모전’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 보급 목표에 대해서도 “나름의 의미는 있지만, 그 내용이 비어 있다”며 “지금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기반시설·설비를 어떻게 설계하고 제작할지에 대한 기술공학적 논의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했다.

 

에너지·전기안전 분야 공학박사이자 전기기술사인 이 교수는 여러 호남권 지자체의 관련 기구에 속해 활동하며 탄소중립·에너지 자립 정책에 깊이 관여해 온 인사다. 학계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는 전기 엔지니어링 업체 대표로서 경험을 쌓아 설계·개발·시공·감리·감독 등 현장 실무에 잔뼈가 굵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호남 지역에 재생에너지가 풍부하지만 계통 포화로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과 관련해 “지역에 기업이 와서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본보는 7일자에 이 교수와 진행한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다만 지면 한계상 1시간30분가량 오간 질의응답 일부만 담았다. 호남 반도체 산단의 기반시설 공급 방법과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단화 가능성, 재생에너지 기본소득 등에 이 교수의 생각을 아래와 같이 일문일답으로 다시 정리했다.

 

—호남 반도체 산단을 ‘초대형 융복합 기반시설 유기체’라 규정하신 바 있는데.

 

“반도체 산업단지는 공장 몇 동을 한 곳에 모으는 개발사업이 아닙니다. 전력·용수·환경·교통·인재·정주·산업생태계가 같은 시간표로 구축되고 어느 하나가 흔들려도 전체가 멈추지 않도록 설계돼야 하는 국가 시스템입니다. ‘유기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각 기반시설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기능과 일정 측면에서 직접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심장이라면 전력망은 혈관, 원수·초순수·폐수처리 체계는 순환계, 통신·관제·보호시스템은 신경계로 볼 수 있습니다. ‘초대형’이라는 수식어를 쓴 것도 그냥 붙인 게 아닙니다. 반도체 생산시설 4기 기준 최종 전력수요인 6.3GW(기가와트)는 140만㎾(킬로와트)급 원전 4기 반이 밤낮없이 돌아야 하는 규모입니다. 부하율 90%로 단순 환산하면 연간 약49.7TWh(테라와트시) 상당의 전력이 소비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광주전남 전체가 한해 쓰는 전력의 3분의 2가 넘는 양이 한 산업단지에 새로 얹히는 셈입니다. 용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65만t이라는 총량만 봐서는 안 됩니다. 가뭄 때 실제로 취수할 수 있는 신뢰수량, 복수 취수원과 이중 관로, 초순수 생산, 폐수의 안정적 처리와 재이용이 하나의 계통으로 묶여야 합니다. 이들 각각이 개별 과제가 아니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성공의 기준은 개별 시설의 준공률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이 같은 날 함께 가동될 수 있느냐, 사고가 나도 버틸 수 있느냐가 될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격전’ 선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옳은 방향입니다. 반도체 산단 조성은 시간 싸움입니다. 관계기관의 절차를 병렬화하고 병목을 대통령급 과제로 관리하는 게 필요합니다. 다만 예타 면제 등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해도 전력계통의 물리법칙, 용수, 주민 수용성 등 냉정한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345㎸(킬로볼트) 송전망을 새로 구축하는 데 통상 5∼10년 걸린다고 했는데, 그 기간을 3년 안팎으로 줄이는 게 전격전의 실체입니다. 1단계 3GW는 기존 345㎸ 신장성∼신광주 선로에서 분기하는 방식이지만 2단계 노선은 아직 협의 단계입니다. 345㎸급 변압기와 케이블은 장기 조달 품목이고 경과지 협의와 공사, 시운전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용수의 경우 정부는 동복댐 증고 등으로 하루 65만t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검증해야 할 건 평균 유량이나 저수 총량이 아니라 최악의 가뭄에서도 보장되는 신뢰수량입니다. 댐 의존도가 높으면 가뭄 때 시민이 이용해야 할 식수와 경합하게 됩니다. 하루 30만t 규모 해수담수화 사업으로 계획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10만t은 비상용으로라도 갖춰야 한다는 게 제 제안입니다. 마지막은 주민 수용성 문제입니다. 마을 인근 지중화는 지상 선로의 약 8배 상당의 비용이 듭니다. 노선을 확정하고 설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확정 전에 비용·편익·대안을 주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가 간헐성 때문에 반도체 산단에 맞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주장입니다.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고립된 ‘전력섬’을 만들어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24시간 돌리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가 반도체 산업에 부적합한 건 아닙니다. 간헐성은 개별 발전원의 특성이고, 공급 신뢰도는 발전·송전·저장·수요·보호 시스템을 어떻게 조합하는가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연간 기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 문제입니다. 둘째는 1년 8760시간 중 어느 때도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확정용량과 유연성입니다. 셋째는 전력품질입니다. 이 셋을 뭉뚱거려 ‘재생에너지는 불안정하다’고 해버리면 대책도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 문제는 전국 계통과 저장을 결합해 연간 단위 조달량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달성하는 경로를 마련하면 됩니다. 둘째와 셋째는 계통 설계로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반도체 공장이 계통에 요구하는 게 바로 이 세 가지 문제의 해결입니다. 이 중에서 확정용량이나 전력품질의 문제는 서로 다른 자원이 나눠 해결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재생에너지와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를 조합해 전력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리드포밍(전압·주파수 제어) 기술과 동기조상기(무효전력 공급·흡수 설비)는 계통 내 관성·전압을 지지해 전력품질 저하를 막는 식입니다. 간헐성은 재생에너지의 결격 사유가 아닙니다. 계통 설계의 조건일뿐입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그리드포밍·동기조상기로 이어지는 계통 설계 기술 조합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전문가 주장을 형상화한 이미지. RE100·확정용량·전력품질 세 문제를 구분해 각각 다른 기술로 대응할 수 있다는 논거를 시각화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그리드포밍·동기조상기로 이어지는 계통 설계 기술 조합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전문가 주장을 형상화한 이미지. RE100·확정용량·전력품질 세 문제를 구분해 각각 다른 기술로 대응할 수 있다는 논거를 시각화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3대 메가프로젝트로 인해 전력 수요 급증하면서 신규 원전, LNG 추가 건설이 필요하단 목소리 나온다.

 

“추가 전원과 계통자원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원전 몇 기’, ‘LNG 몇 기’ 식으로 숫자를 먼저 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시간대에 어느 정도의 확정용량과 유연성이 부족한지 계산하고 가장 낮은 사회적 비용의 조합을 선택하는 게 순서입니다. 숫자부터 바로 봐야 합니다. 최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토론회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수요를 반영했더니 기존 전망치보다 최대 전력수요가 26.6∼26.8GW 늘어난다는 결론이 나와 언론이 이를 1.4GW급 원전 19기로 환산해 보도했습니다. 이는 최대수요 증가폭을 명목 설비용량으로 나눈 결과일뿐 실제 필요한 원전 규모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실제 필요 전원은 예비율, 강제고장률, 재생에너지의 시간대별 기여도, 저장·양수·수요반응의 확정용량 기여분, 송전가능량을 함께 넣어 계산해야 합니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산단과 관련해서도 반도체 공장 4기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때 발생하는 전력수요가 6.3GW 정도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가정을 공개 검증하자는 입장입니다. 2029년부터 2030년대 중반까지 이뤄지는 초기 공급 단계에서는 지금부터 짓는 신규 대형 원전이 제때 들어올 수 없습니다.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영덕 원전 2기도 2037∼2038년이 목표입니다. 이 기간 대책은 기존 원전과 계통의 안전한 활용, 호남 재생에너지의 실질적 접속, 송전망 보강, ESS·양수·수요반응, 공정 효율화입니다. 2030년대 후반 이후에는 신규 원전도 국가 차원의 저탄소 확정 전원의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실제 수요의 실현 여부, 총비용과 건설기간, 안전, 사용후핵연료, 주민 수용 등 기준을 놓고 비교 평가해야 합니다. LNG는 건설이 빠르고 출력조절이 가능하며 반도체 공장이 쓰는 증기와 열에 결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배출, 메탄 누출, 수입가격 변동 등에 따른 좌초자산 위험이 있습니다. 상시 기저전원으로 대규모 확대하기보다 과도기 유연성·비상자원이나 고효율 열병합으로 역할을 제한해 평가해야 합니다. 원전과 LNG는 전력 안정성에 기여하지만 RE100 전원이 아니기에 글로벌 고객사가 요구하는 조달 실적과 상충되지 않게 설계해야 합니다.”

 

햇빛·바람소득 전문가가 제시한 소득 투명성 확보 방안을 형상화한 이미지. 사업수익·지역편익·정책지원 세 가지 소득 유형을 계층별로 구분하고 각 층의 비용 주체를 명시해, 호남 지역 2473㎿ 계통 포화 문제와 ESS 분산 해법을 연결한 구조도.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햇빛·바람소득 전문가가 제시한 소득 투명성 확보 방안을 형상화한 이미지. 사업수익·지역편익·정책지원 세 가지 소득 유형을 계층별로 구분하고 각 층의 비용 주체를 명시해, 호남 지역 2473㎿ 계통 포화 문제와 ESS 분산 해법을 연결한 구조도.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올해 책 ‘햇빛소득마을’을 내셨다.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햇빛·바람소득 특위에서도 활동하셨다. 햇빛·바람소득이 시장원리를 왜곡하고 전기요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비용 우려는 경청해야 합니다. 햇빛과 바람은 연료비가 없지만 설비·계통·금융 비용까지 공짜는 아닙니다. 다만 주민이 실질적인 지분과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비용과 위험을 반영한 순편익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시장왜곡이 될 순 없습니다. 왜곡 여부를 가르는 건 비시장적인 수익 보장과 손실의 사회화입니다. 소득을 세 가지로 구분해야 합니다. 주민이 투자하고 위험을 부담해 받는 사업수익, 발전시설의 환경·경관·계통 부담에 대한 지역 편익 공유, 정부가 재정·전기요금으로 지원하는 정책 지원입니다. 이 셋을 모두 ‘주민소득’으로 묶으면 재원이 어디에서 오고 누가 위험을 부담하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비용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지원액과 소비자 부담을 원/㎾h(킬로와트시) 단위로 공개하고 지원 전후 사회적 편익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출력제어가 잦은 곳에 발전소부터 지어 수익을 보장하고 계통비용과 손실은 사회에 넘기는 식이라면 시장왜곡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도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정부가 진행한 햇빛소득마을 1차 공모에서 86곳이 선정됐지만 즉시 추진 가능한 곳은 9곳이고 77곳은 조건부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재 계약단가 약 150원/㎾h에서는 사업성이 있지만 제도 개편으로 2035년 80원 이하로 떨어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계통 접속 대기 물량 또한 전국 3939㎿ 중 호남에 2473㎿가 몰려 있는 상황입니다. 햇빛·바람소득 사업이 성공하려면 몇 곳을 선정했느냐에 골몰할 게 아니라 완공 후 첫 배당 사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역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라도 성공 사례를 먼저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계통 포화는 송전망 증설을 기다리기보다 기존 배전선로의 여유를 ESS 결합과 출력상한 운전으로 여러 발전소가 나눠 쓰는, 선로를 새로 짓지 않는 방식으로 풀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사이 긴장과 갈등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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