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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먹고 사인앨범 받고, 햄버거 먹고 5㎞ 뛴다”…유통업계, MZ ‘놀이터’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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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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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를 주문하면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인 앨범을 받을 기회가 생기고, 햄버거 브랜드가 주최하는 러닝 행사에 2000명이 모인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콘서트 티켓 응모권이 된다.

 

도미노피자 제공
도미노피자 제공

유통업계의 마케팅 공식이 바뀌고 있다. 할인과 신제품 광고를 앞세워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데서 벗어나 아이돌 팬덤과 러닝, 미식 등 소비자의 취향을 브랜드 경험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식음료를 단순히 ‘먹는 상품’이 아니라 즐기고 인증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소비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기업들도 고객을 매장 밖 행사와 자사 앱, 콘서트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도미노피자는 지난 7월 신인 걸그룹 리센느(RESCENE)를 브랜드 전속 모델로 발탁한 데 이어 멤버들의 실제 선호 메뉴를 상품 구매와 연결한 ‘리센느 최애 피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행사는 이달 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다. 도미노피자 자사 앱에서 배달 주문하는 매니아 회원에게 리센느 멤버 5명이 추천한 피자 5종의 25%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구매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10명에게 멤버들의 사인 앨범도 증정한다.

 

원이의 블랙타이거 슈림프 피자를 비롯해 리브의 무진장 슈림프 스테이크 피자, 미나미의 치즈피자, 메이의 우리 고구마 피자, 제나의 리얼 불고기 피자 등 멤버별 취향을 제품에 입힌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유명 아이돌의 얼굴을 광고에 붙이는 방식과도 다르다. 팬들이 ‘내 최애가 실제로 고른 메뉴’를 직접 주문하고 이를 온라인에서 공유하도록 설계했다. 모델의 팬덤을 브랜드 구매 경험으로 옮기는 셈이다.

 

롯데리아는 아예 고객을 매장 밖으로 불러낸다.

 

롯데GRS는 오는 10월 4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2000명이 참여하는 5㎞ 러닝 페스티벌 ‘2026 리아는 배불런’을 연다. 만 19세 이상 참가자가 서울어린이대공원 내부를 달린 뒤 롯데리아 먹거리와 각종 브랜드 콘텐츠를 즐기는 행사다.

 

참가자들은 버거 선호도와 러닝 스타일에 따른 성향 테스트를 거쳐 유형별 그룹 러닝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정상가 5만원이며 티셔츠와 배번호표 등이 포함된 레이스 키트가 제공된다. 완주자에게는 메달과 기념품도 준다.

 

‘햄버거를 파는 회사’가 러닝 행사를 여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록 경쟁 자체보다 운동과 음식, 사람과의 만남을 하나의 놀이로 묶어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의 러닝 마케팅은 이미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5일 경기 하남 미사경정공원에서 아이스크림 브랜드 ‘설레임’을 앞세운 ‘2026 설레임런’을 개최했다. 모델 기안84를 전면에 세웠고 참가자만 3000명에 달했다. 10㎞ 정식 기록 측정 대회로 운영하면서 러닝 선글라스와 기능성 티셔츠, 완주 메달 등 각종 러닝용품을 브랜드 경험에 결합했다.

 

롯데 계열사들이 올가을 개최하는 주요 러닝 행사의 참가 인원만 약 1만5000명에 달한다. 롯데웰푸드 ‘설레임런’을 시작으로 롯데리아 ‘리아는 배불런’, 롯데백화점 ‘스타일런’, 롯데마트·슈퍼 ‘통큰런’ 등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팬덤을 구매로 연결하는 움직임은 커피업계에서도 두드러진다.

 

메가MGC커피는 NCT 127과 협업해 멤버들이 고른 ‘NCT 127 픽’ 세트 메뉴를 판매하면서 구매 고객에게 콘서트 티켓 응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메가MGC커피 앱의 ‘메가오더’를 통해 협업 세트 4종 가운데 하나를 구매하면 자동 응모된다. 총 3차례에 걸쳐 회차별 16명, 총 48명을 뽑아 NCT 127 콘서트 티켓을 1장씩 제공한다. 매장 키오스크나 배달 주문은 제외하고 자사 앱 주문에만 혜택을 붙인 것도 눈에 띈다.

 

아이돌 굿즈를 나눠주는 전통적인 협업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방식이다. 팬덤이 가장 원하는 ‘직관’ 기회를 구매 혜택으로 걸면서 메뉴 판매와 동시에 자사 앱 이용까지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가MGC커피는 NCT 127 외에도 EXO 포토카드, 슈퍼주니어 팬사인회, 라이즈(RIIZE) 관련 이벤트 등 K팝 팬덤과 연계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팬덤’에 유명인의 ‘취향’을 결합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일 가수 성시경과 손잡고 ‘시경 pick 제철 비빔밥’ 3종을 출시했다. 단순 광고모델 계약에 그치지 않고 미식가 이미지가 강한 성시경이 제품 시식 과정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다.

 

첫 제품은 비법간장가을무비빔밥, 비법강된장불고기비빔밥, 전주식소고기비빔밥 등이다. 앞으로도 계절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시즌 한정 상품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실제 세븐일레븐의 올해 비빔밥 매출은 전년보다 25% 늘었다. 성장하는 간편식 상품군에 ‘성시경이 골랐다’는 큐레이션을 더해 제품 신뢰도와 화제성을 함께 노린 전략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결국 소비자가 브랜드에 머무는 시간이다.

 

과거에는 가격을 낮추거나 증정품을 얹어 한 번 더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 프로모션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골랐는지’, ‘어디서 함께 뛰는지’,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다. 제품을 먹기 전부터 구매와 인증, 행사 참여, SNS 공유까지 소비 경험이 길어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와 브랜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아이돌 팬덤이나 러닝, 미식처럼 이미 형성된 강한 취향을 브랜드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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