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신규 주담대 평균 4.48%…고정금리 비중 31.9%로 12년5개월 만에 최저
5년 혼합형·주기형 금리 재산정 구조 달라…대환 땐 LTV·DSR 재심사 필수
“5년 동안 매달 126만원씩 갚았는데, 이제 190만원 가까이 내라고요?”
2021년 전후 저금리기에 일정 기간 금리를 고정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올해부터 차례로 금리 전환·재산정 시점을 맞고 있다.
당시 3억원을 연 3%,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빌렸다면 월 상환액은 약 126만5000원이다. 5년간 원리금을 갚고 남은 대출잔액은 약 2억6672만원이다.
이 잔액을 남은 25년 동안 갚는다고 가정해 현재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최고금리인 연 7.12%를 단순 대입하면 월 상환액은 약 190만6000원으로 뛴다. 기존보다 매달 약 64만1000원, 1년이면 약 769만원을 더 내야 한다.
연 7.12%는 현재 신규 대출에 제시되는 금리 범위의 상단을 적용한 가상 계산으로, 5년 전 대출을 받은 차주에게 이 금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재산정 금리는 당시 가입한 상품의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 금리 변경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잔액에 7월 신규 주담대 평균금리인 연 4.48%를 참고치로 적용하면 월 상환액은 약 148만원 수준이다. 결국 ‘126만원이 190만원’은 모든 차주에게 예정된 청구서라기보다, 금리 상단을 대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상환 부담의 한 시나리오에 가깝다.
◆주담대 평균 4.48%…고정형 비중 12년5개월 만에 최저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일 기준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4~7.12%다. 은행과 상품, 차주의 신용도와 우대조건 등에 따라 실제 적용 금리는 달라진다.
시장 전체의 평균금리는 이보다 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4.48%로 전월보다 0.12%포인트 올라 2023년 11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고정형은 연 4.76%로 한 달 새 0.23%포인트 오른 반면 변동형은 연 4.35%로 0.08%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쳐, 두 금리의 격차는 0.4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차주들의 선택도 달라졌다. 7월 신규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31.9%로 전월보다 5.8%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90.2%에서 9개월 연속 하락해 2014년 2월 31.8% 이후 12년5개월 만에 가장 낮아진 수치다.
당장의 금리가 더 싼 변동형으로 차주가 옮겨간 영향으로, 한국은행도 고정형과 변동형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유인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금의 금리 차이만 보고 선택할 경우 향후 금리 상승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나 코픽스가 추가로 오르면 변동형 차주의 이자 부담이 먼저 커질 수 있다.
◆은행채 5년물 4.5% 육박…기준금리도 두 달 연속 인상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밀어 올리는 직접적인 요인 중 하나는 시장금리다.
고정형 주담대의 주요 지표금리로 쓰이는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 2일 연 4.498%를 기록해, 한 달 전인 8월3일 4.335%보다 0.163%포인트 올랐다.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시차를 두고 신규 대출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겹쳤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27일 다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24년 11월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한은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으로 국내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한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안정 위험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5년 고정’도 5년 뒤 운명은 다르다
‘5년 고정형’이라는 표현만 보고 5년 뒤 자신의 금리가 어떻게 바뀔지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표적으로 혼합형과 주기형은 구조가 다르다.
5년 혼합형은 처음 5년 동안 금리를 고정한 뒤 이후 변동금리로 넘어가는 상품이다. 금융위원회는 5년 혼합형을 ‘5년간 금리가 고정된 뒤 6개월 주기로 금리가 변동되는 대출’로 예시하고 있다.
반면 5년 주기형은 5년마다 금리를 다시 산정하고, 새로 정해진 금리를 다음 5년 동안 고정해 적용하는 구조다.
2021년에 연 3%로 대출을 받았다고 해서 올해 모든 차주의 금리가 같은 수준으로 뛰는 것은 아니다. 혼합형은 고정기간이 끝난 뒤 상품 약정에 따라 코픽스나 금융채 등의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 등으로 새로운 변동금리가 결정된다.
주기형 역시 약정된 기준에 따라 금리를 다시 정한 뒤 다음 주기까지 이를 적용한다. 같은 은행에서 같은 시기에 3%대로 빌렸더라도 상품 구조가 다르면 5년 뒤 받아드는 금리는 달라질 수 있다.
◆금리 높다고 갈아타면 끝?…대환에도 규제 문턱
금리가 크게 올랐다고 무조건 다른 은행으로 갈아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금융회사로 옮기는 대환대출은 원칙적으로 신규 대출 성격을 갖는다.
이에 따라 담보가치와 상환 능력, 현재 적용되는 대출 규제 등을 다시 따져야 한다. 특히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같은 소득이라도 과거보다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 수 있다.
모든 대환과 연장에 규제가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실행된 대출을 증액 없이 만기 연장하거나 같은 금융회사에서 자행대환하는 경우에는 DSR을 새로 심사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에는 신규 취급에 해당해 현재 규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TV도 예외가 있다.
금융당국은 규제지역 내 주담대 가운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증액 없는 대환대출에 대해서는 현재의 강화된 LTV가 아니라 기존 대출 취급 당시의 LTV 규제비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대환하면 DSR과 LTV를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적용받는다’거나 반대로 ‘기존 조건을 그대로 승계할 수 있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타행 대환인지 자행대환인지, 대출액을 늘리는지, 대출 목적과 주택 소재지가 어디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차주가 먼저 확인해야 할 숫자는 은행 창구에 붙은 최고금리가 아닌 자신의 대출 약정서에 적힌 금리변동주기와 기준금리, 가산금리, 우대금리다. 126만원이 얼마까지 오를지는 결국 그 약정 안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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