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농지 정리 공개 입찰 나서
수백만원 변상금 내야 수의계약
영세농 “목숨 걸고 일군땅 허무
50년 개간 합당한 보상 마련을”
“피땀으로 지뢰밭을 50년간 개간했는데 이제 와서 나가라니요.”
경기 연천군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반세기 동안 국유지를 일궈온 고령 농민들이 경작지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국방부가 관리하던 국유지의 관리청이 기획재정부로 변경되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농지에 대한 공개 입찰을 진행하면서다.
전건성(53·왕징면 북삼리)씨는 부모님에 이어 벼농사를 짓던 경작지 중 30%가량(약 6600㎡)을 잃었다고 7일 호소했다. 캠코가 국유지 정리 작업에 나서면서 기존 경작자가 변상금(과거 6년치의 임대료)를 납부한 경우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지만, 영세농이 수백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한 번에 마련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무단점유가 아니라 국방부가 국유지 사용료를 간헐적으로 부과할 때 납부를 해왔다”며 “기존 농민들이 입찰에 준비할 수 있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캠코는 올해 강내리 일대 3만6000㎡가 넘는 국유농지를 공개입찰에 부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공고에 ‘민통선 내 농경지로 이용 중’, ‘경작의 흔적(무단점유)’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한 북산리 농가는 10가구에 달한다. 1978년 강원 인제에서 북삼리로 이주한 이광희(71)씨는 “스물세 살에 이곳에 들어와 직접 땅을 개간하고 평생 농사만 지었다”며 “정부가 정착시켜 놓고 이제 와서 우리가 일군 땅에 아무런 권리도 없다고 하면 힘없는 농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북삼리는 1970년대 정부의 접경지역 정착정책에 따라 조성된 ‘재건촌’이다. 1973년 조성 당시 북삼리에는 137가구, 733명이 정착했고 110㏊의 경작지가 조성돼 있었다. 당시 정부는 정착주민들에게 주택을 제공하고 무연고지를 개간해 농경지를 경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경작권 문제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수십년이 흐르며 국가 정책으로 시작된 경작은 이제 ‘무단점유’로 분류되며 갈등이 불거지는 것이다. 농민들은 황무지를 농지로 일군 기존 경작자의 기여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국유재산의 양성화 작업으로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논·밭을 경작하며 주민들은 지뢰가 폭발해 신체 일부를 잃는 사고도 발생했다”며 “목숨을 위협받으며 일군 땅을 하루아침에 낙찰자에게 넘겨줘야 하니 40여년의 세월이 허무하다”고 말했다.
전씨 또한 “군남댐 건설 당시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몰되는 국유지 경작자에게 실농비를 지급한 사례가 있다”며 “이미 낙찰된 농지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십 년간 경작해온 농민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책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윤재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현행 국유재산 관리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단 국가 정책의 역사적 책임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정착민들이 농지를 개간하고 지켜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무형의 가치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의 영역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라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가와 정착주민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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