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파병 요청에 응하지 말라”
한국 내 움직임 겨냥 직접 메시지
미국의 지속적인 요청과 압박으로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비롯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고심하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취지의 이례적인 한글 공개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의 파병 요청에 응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계정에 한국의 호르무즈해협 작전 참여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입장문을 올렸다. 입장문에서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고 양국의 오랜 우호 관계를 언급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란 국민이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과 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바가이 대변인은 “주권과 책임을 가진 어떠한 국가도 미국의 압력과 협박에 굴복해 위대한 이란 국민을 상대로 한 침략 행위와 끔찍한 범죄의 공모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바가이 대변인이 한글로 올린 엑스 게시물에는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경고성 문구를 담은 사진도 함께 게시됐다.
이란이 우리 정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두고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일에도 이란의 한 안보·정치 부문 고위 관리가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이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한다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 및 전쟁에 대한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고 레바논 친헤즈볼라 매체 알마야딘이 보도한 바 있다.
모하마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가 지난 4일 알마야딘에 출연해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할 경우 “이란은 그들의 경제 자산을 손쉽게 파괴할 수 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에 있는 한국의 경제 자산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가 6일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요르단·바레인 등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습하는 것처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업장 등 민간·경제 자산까지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마란디 교수는 2021∼2022년 미·이란 간 이란핵합의(JCPOA) 복원 협상 당시 이란 협상팀의 미디어 고문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마란디 교수는 “한국이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은 매우 미미하며, 한국의 잠재적 기여가 판도를 바꿀 가능성은 작다”며 “한국에서 군함 한두 척이 온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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