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감정 교류부터 게임까지
인공지능(AI)이 예능판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사람의 연애 상대가 되고 게임의 결정권자로 출연자들의 선택을 좌우한다. 가상의 공간과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 도구로도 활용되면서 예능 속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8일 방송가에 따르면 SBS는 지난달 20일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를 처음 선보였다. 기안84·장도연·이유비가 자신들의 취향을 반영해 구현된 AI 파트너와 대화하고 데이트하며 인간과 AI의 감정 교류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손정민 PD는 제작발표회에서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기획이 출발했다고 밝혔고, 원승재 PD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AI와 감정을 교류한다면 어떤 연애가 가능할지에 대한 궁금증을 프로그램으로 풀었다고 설명했다.
첫 방송에서 기안84는 AI 파트너와 소개팅을 하며 사람과 대화하듯 이야기를 나눴고, AI가 실제 감각을 느끼는 듯한 말을 하자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달 3일 방송에서는 이유비도 AI와의 데이트에 참여하는 등 인간과 AI의 관계를 예능의 중심 서사로 끌어올렸다.
SBS ‘런닝맨’에서는 AI가 게임의 결정권자가 됐다. 지난 6일 방송된 819회 ‘반박불가 인공지능 픽’에서는 식사 멤버와 벌칙 대상을 정한 AI가 멤버들의 스타성을 평가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방송에서는 AI 작곡으로 노래를 만드는 미션이 진행됐으며, 출연자들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놓고 직접 수정하거나 다시 생성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AI의 결과에 반응해 예능의 재미로 연결했다.
AI가 예능 배경을 만드는 수단으로도 쓰였다. 디즈니플러스는 야구장과 조선시대 등 서로 다른 공간과 시대를 배경으로 살인사건 범인을 찾는 추리 게임쇼 ‘머더클럽’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생성형 AI와 실사 영상을 결합해 실제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사건 현장과 가상공간을 생성했다. 출연자가 세트를 옮겨 다니는 대신 AI를 활용한 여러 시공간 구현으로 몰입감 높이는 예능 세계관의 제작도구로 활용됐다.
앞선 사례와 조금은 다른 AI를 인간의 경쟁자로 바라보는 프로그램도 공개된다.
KBS2는 다음달 예능 프로그램 ‘백수 이세돌’을 선보인다.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 10주년을 계기로 이세돌이 야구장과 건설 현장 등 실제 일터에서 새로운 일을 경험하는 과정을 담는다.
AI가 사람의 일과 능력에 던진 질문을 프로그램 출발점으로 삼았다. AI 시대의 역할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예능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AI가 예능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새로운 재미가 되고 있다”며 “생성형 AI가 대중화될수록 AI를 출연자나 게임의 상대방, 결정권자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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