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44% … 5년 전의 2배 상회
당 대표 “분명한 통치 위임” 규정
‘5석’ 극좌 BSW와 연정여부 변수
방화벽 정책 폐기에 한목소리
AfD, 연합 실패 땐 재선거 불사
‘완패’ 총리 여당도 정치적 부담 ↑
독일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이 옛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주 의회 선거에서 40%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했다. 이로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독일 주정부를 이끌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러나 단독 집권을 위해 필요한 과반에 3석이 부족해 실제 집권까지는 다른 정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전후 독일 정치권이 극우 세력의 권력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켜온 이른바 ‘방화벽’ 원칙이 시험대에 올랐다.
6일(현지시간) 작센안할트주 선거관리 당국이 전체 2661개 투표구 개표를 완료한 결과 AfD는 의석 배분의 기준이 되는 제2투표에서 43.8%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주의회 선거 당시 득표율인 20.8%보다 두 배 넘게 상승한 수치다. 반면 현재 주정부를 이끄는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은 17.1%를 얻는 데 그쳤다. 2021년 선거 득표율 37.1%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추락한 셈이다. 사회민주당(SPD)은 9.2%, 녹색당 8.9%, 좌파당 8.5%를 기록했고 극좌 성향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은 5.2%로 의석 배분 기준인 5%를 가까스로 넘었다. 전체 83석 가운데 AfD는 39석을 차지했다. CDU는 15석, SPD·녹색당·좌파당은 각각 8석, BSW는 5석이다. AfD는 과반인 42석에 불과 3석이 부족했다.
AfD 지도부는 선거 결과를 사실상의 집권 명령으로 규정했다.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델은 “우리는 통치하라는 매우 분명한 위임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류 정당인 CDU와 SPD, 녹색당, 좌파당은 선거 이후에도 AfD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후 독일 주요 정당들은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성장한 나치당이 민주주의 자체를 무너뜨렸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극단주의 세력과는 연정하거나 정치적으로 협력하지 않는다는 ‘방화벽’ 원칙을 유지해왔다.
압도적 제1당이 된 AfD를 계속 권력에서 배제할 수 있냐는 논쟁이 커지면서 이 원칙을 둘러싼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AfD 지지세가 강한 동부 독일의 CDU 내부에서는 방화벽 원칙을 둘러싼 의견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선거로 5석의 의석을 확보한 BSW는 정부 구성의 가장 직접적인 변수로 떠올랐다. 선거 전부터 AfD를 배제하는 ‘방화벽’ 원칙에 반대해온 BSW는 선거 직후에도 “방화벽에는 관심이 없다”며 AfD를 포함한 모든 정당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BSW가 AfD와 정식 연정을 구성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울리히 지그문트 AfD 주총리 후보는 연립정부 수립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필요하다면 새 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정책 타협을 전제로 한 연정에는 선을 그었다.
AfD의 압승에는 옛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의 경제·사회적 불만도 작용했다. 통일 이후 산업 쇠퇴와 인구 유출이 이어진 데다 최근 경기 침체와 물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중앙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여기에 AfD는 이민 규제 강화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을 내세워 기존 정당의 이민·외교 정책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을 끌어모았다. 독일 공영방송 ARD가 여론조사업체 인프라테스트 디맵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작센안할트주 유권자 11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AfD가 주장하는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이 적절한지를 묻는 설문에 전체 응답자의 57%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메르츠가 이끄는 CDU가 2021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에 그치면서 AfD와의 협력을 전면 거부해온 ‘방화벽’ 전략을 둘러싼 당내 논쟁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르츠가 방화벽을 고수할 경우 동부 지역 CDU 의원들의 반발을, 이를 완화할 경우에는 SPD와의 연방정부 연정마저 흔들릴 위험을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AfD의 상승세가 작센안할트에 그칠지는 오는 20일 베를린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서 가려진다. 이들 선거에서도 AfD가 약진할 경우 이번 승리가 특정 지역의 이변이 아니라 독일 정치 지형의 구조적 변화라는 평가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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