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 연결 못해 1년 넘게 방치
매달 13만원 배당금 희망도 물거품
전력계통 포화 탓 가동까지 하세월
정부, 농가소득 증대 위해 적극 권장
전남광주 28곳 등 전국 92곳서 구축
현장선 인프라 부실·수익 저조 분통
11월 관련법 시행… 제도 안착 분수령
6m 높이의 철제 지주대가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줄을 지어 세워져 있다. 지주대와 지주대 사이의 거리는 4m가량이다. 모든 지주대 위에는 패널이 설치돼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잘 정돈된 바둑판을 보는 것 같다. 패널 아래에는 봄에 모내기를 마친 벼들이 어느새 이삭이 나올 정도로 자랐다.
지난달 27일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의 영농형 태양광 시설은 마을 앞 들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영농형 태양광은 지난해 5월 완공돼 1년이 넘었다. 마을 28가구가 참여해 결성한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이 2022년 전남도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조합은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설 논 9900㎡(3000평)를 제공하고 태양광 업체가 자본을 조달해 3년 만에 설치를 마쳤다. 1㎿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는 데 18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영농형 태양광은 준공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가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 시설은 갖췄지만 전력을 보내는 송전선로가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옛 전남지역은 한국전력공사의 송배전 설비인 전력계통이 포화상태다. 태양광 등 신재생 전력을 생산해도 이를 연결할 선로가 없다는 얘기다. 2025년 하반기 계통을 해준다는 한전의 약속만 믿고 덜컥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게 화근이었다.
조합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공모 당시 영농형 태양광 설치를 마치면 매월 개인당 13만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약속은 이제 물거품이 됐다. “고물 덩어리죠. 날마다 보는데 화가 치밀어요.” 강종오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날 영농형 태양광 시설 앞에서 지난 1년간 희망고문에 시달렸다며 화를 참지 못했다.
◆전력계통 포화… 수십억 들인 시설 고철 전락
정부와 지자체가 앞다퉈 권장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발전수익을 얻고 태양광 아래의 농지에서는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는 이중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다. 농가소득 외에 매월 일정한 소득이 나오는 이른바 농민햇빛연금이다. 이재명정부는 농업인 소득 증대와 식량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모델로 영농형 태양광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영농형 태양광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가 파악한 지난해 11월 기준 영농형 태양광 설치 현황을 보면 경기·인천 12곳을 비롯해 강원 2곳, 충북 10곳, 충남·세종·대전 4곳, 전북 9곳, 전남광주 28곳, 경북·대구 13곳, 경남·울산·부산 13곳, 제주 1곳 등 모두 92곳이다. 92곳의 발전용량은 7㎿로 작은 규모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태양광 발전 입지가 좋은 옛 전남지역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전력계통 포화와 관리 부실 등으로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한 영농형 태양광은 수익은커녕 고철 덩어리로 변해가고 있다.
농민들은 영농형 태양광이 노후의 햇빛연금이라는 얘기는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광주 나주시에서 농사를 짓는 황모씨는 8년 전 전남도와 (재)녹색에너지연구원의 제안으로 10㎾의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했다. 작물의 소득이 줄어도 태양광 발전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매달 햇빛연금을 기대했다. 하지만 당초 약속과는 달리 규모가 작아서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했다.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전남광주 화순군 이모씨도 2019년 겨울철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태양광을 설치했다. 이씨는 “태양광 설치에 수천만원이 들었는데, 연간 수익은 고작 100만원도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당초 기대했던 수익이 나오지 않자 철거를 결심했지만 철거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수년째 방치하고 있다.
전력계통의 포화로 생산된 전력을 버리는 영농형 태양광 시설도 상당수다. 전남광주 영암군 한 발전단지에서는 매년 봄과 여름철에 30%가량의 전력을 계통에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계통 포화지역으로 지정된 옛 전남지역에서는 전력망이 확충될 때까지 영농형 태양광의 전력계통 연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사업의 시범사업지도 위태롭다. 지난해 12월 시범사업지로 지정된 경기 화성시 서신면 사곶리 마을 120여가구는 영농형 태양광 조합을 결성했다. 2만3009㎡(약 7263평) 부지에 1㎿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추진했다. 연간 3억6000만원어치의 전력을 판매해 1억2000만원의 순이익을 기대했다.
하지만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다. 16억원의 사업비를 정부 보조금 없이 조합 자체적으로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 농협과 마을공동기금으로는 충당이 여의치 않아 준공도 올 상반기에서 연말로 연기됐다. 김이수 사곶리 이장은 “시범사업이지만 당장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이 없어 거액의 초기 사업비를 마련하고 빚을 갚아나가는 데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실증지원만 수년째… 하반기 법 시행 탄력
정부와 전남광주시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실증지원 사업을 펼쳐 농작물 수확량의 감소를 파악한 결과 태양광 패널 아래서 자라는 상당수 작물의 수확량은 10∼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벼는 12.1∼20.3%, 가지는 8.9∼16.5%, 배추는 7.3∼22.9% 수확량이 줄었다. 마늘(15.4%)과 양파(11.7%), 배(6.7%)도 수확량이 감소했다. 반면 녹차와 포도 등은 수확량이 늘었다. 영농형 태양광 아래서 자란 녹차 첫물차는 냉해 피해가 줄어 노지 재배에 비해 수확량이 93% 늘었다.
전남광주시가 11개 단지에서 이런 실증결과를 얻었지만 2차 연구나 상용화, 보급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실증단지 관리도 부실하다. 시가 2019년부터 나주시에 조성한 5개의 실증단지 가운데 3개 단지는 철거돼 태양광 구조물 흔적만 남아 있다. 실증 후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태양광 패널은 고철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실증농가의 시설은 10㎾가량의 소규모가 대부분으로 사업기간이 끝나면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제정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올 11월 시행된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기간이 최장 30년으로 명문화됐다. 그동안 일부 농지에서 ‘타 용도 일시사용허가’를 받아 최장 8년에 그쳤던 사업기간은 통상 20년으로 늘어났다. 농업 외 다른 용도로는 불가능했던 농업진흥지역도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되면 영농형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다. 우량 농지에서도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의 농지 이용 범위를 완화했지만 영농의무를 엄격하게 명시했다. 발전사업자가 허가 내용과 다르게 사업할 경우 취소 명령을 할 수 있다. 가짜 농민의 투기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영농형 태양광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면서 그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농민은 농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영농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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