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2조원 이상 규모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 일부를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 농어촌소득 사업비에 미래기금으로 편성된 1조1657억원이 포함된 것이다. 미래기금은 최근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가 재원이다. 일시적으로 넘치게 걷힌 조세 수입을 흥청망청 쓰는 대신 한곳에 차곡차곡 모아 향후 국가 발전 전략에 투입할 수 있도록 일종의 ‘재정 저수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다. 그런데 이를 농어촌소득 사업에 사용하겠다니, 과연 적절한 판단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농어촌소득 사업은 인구 감소 지역의 군민에게 매월 15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재원의 지속적 투입이 필수적인 복지 사업인 셈이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인구 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이 늘며 해당 사업비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기금은 지금의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끝나면 순식간에 소진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 “반도체 초과 세수는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미래기금에 농어촌소득 사업을 담는 설계는 회계 운영 원리와 맞지 않는다.
농어촌소득 사업은 인구 유입과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보다는 지금 당장 소외 지역의 민심 달래기에 초점이 맞춰진 현금 살포성 정책이란 본질을 부인할 순 없다. 이것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노린 생산적 지출에 3~4년 집중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미래기금의 본래 취지에 과연 부합하는가. 글로벌 최상위권 인공지능(AI)에 버금가는 프론티어급 AI의 국내 개발을 위한 투자에 주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나.
기금은 일반 예산과 성격이 크게 다르다.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둘이 공통적이나, 기금은 정부가 그 운용 계획을 일정한 범위 안에서 국회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다. 정부 재량이 너무 커지면 국회의 예산안 심의·의결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미래기금 신설 단계부터 ‘정부가 해당 기금을 무슨 쌈짓돈처럼 활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이유다. 정부는 “농어촌소득 사업은 항구적 복지 지출의 전형인 만큼 미래기금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는 전문가들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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