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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소련·일본 전쟁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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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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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9월1일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한 제2차 세계대전은 1945년 8월15일 연합국에 대한 군국주의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막을 내렸다. 전쟁 당시 일본 식민지였던 한국에 8월15일이 광복절인 동시에 남북 분단 개시일로 기록된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일본이 패망한 직후 소련(현 러시아)과 미국 사이에는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그 위는 소련군이, 아래는 미군이 각각 점령한 채 일본군 잔당의 무장 해제를 실시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렇게 해서 그어진 38선이 동서 냉전의 와중에 무슨 국경선처럼 변질했고, 6·25 전쟁 이후로는 ‘155마일(약 250㎞) 휴전선’으로 고착화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교도·타스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교도·타스연합뉴스

학창 시절 역사 선생님이 “2차대전 때 독일이 좀 더 오래 버텼거나, 일본이 좀 더 일찍 무너졌으면 한반도 분단은 없었을 것”이라고 탄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소련의 최대 적은 나치 독일이었다.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독일이 항복하면 그 뒤 대일(對日) 전쟁에 참전하겠다”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약속했다. 1945년 5월 독일은 마침내 소련, 미국 등 연합국에 항복했다. 소련이 병력과 장비를 동쪽으로 보내는 등 일본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미국에선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원자폭탄이란 신무기가 출현한 것이다. 1945년 8월6일 미군은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했다. 소련은 그 직후 일본을 상대로 선전 포고를 하고 당시만 해도 일본 치하에 있던 중국 동북 지역과 한반도 북부 공략에 나섰다. 일설에 의하면 원폭을 손에 쥔 미국은 마음이 바뀌어 소련의 대일 전쟁 참여에 회의적인 쪽으로 돌아섰다. 하나 동북아 지역의 이권을 노린 스탈린이 참전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최근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 시내에 세워진 1945년 소련군의 ‘대일 전승 기념비’ 동상. 일본을 상징하는 국화 문장 표석을 소련군이 총으로 깨부수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표석에는 한자로 ‘대일본제국 경계’(大日本帝國 境界)라고 적혀 있다. SNS 캡처
최근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 시내에 세워진 1945년 소련군의 ‘대일 전승 기념비’ 동상. 일본을 상징하는 국화 문장 표석을 소련군이 총으로 깨부수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표석에는 한자로 ‘대일본제국 경계’(大日本帝國 境界)라고 적혀 있다. SNS 캡처

소련이 2차대전 막바지 일본과 전쟁을 벌인 기간은 1945년 8월8일부터 시작해 채 1개월도 안 된다. 그런데도 연합국 일원이란 이유로 막대한 전리품을 챙겼다. 러일전쟁(1904∼1905)에 패하며 일본에 잃은 사할린 남부를 되찾은 것은 물론 쿠릴 열도의 4개 섬(일본명 ‘북방 영토’)까지 장악했다. 전후 6년이 지난 1951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강화 회의가 열려 2차대전 연합국들과 일본 간에 평화 조약이 체결됐다. 소련은 여기에 불참했다. “불법으로 점령한 북방 영토를 반환하라”는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회의 이후에도 소련 및 그 후신인 러시아와 일본 간에는 2차대전 종전을 위한 평화 조약 체결 협상이 계속됐으나 북방 영토 문제로 번번이 결렬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일본이 주요 7개국(G7)의 일원으로서 러시아 겨냥 경제 제재를 주도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예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에 세워진 ‘대일 전승 기념비’ 동상이 양국 사이에 새로운 갈등을 일으켰다. 해당 동상은 2차대전 당시 소련군 병사가 일본의 상징인 국화 문양이 새겨진 국경 표석을 소총으로 내려찍어 파괴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즉각 반발했으나, 러시아 측은 아예 들은 척도 않는 모습이다. 원래 2차대전의 일부였던 소련·일본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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