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명 발길… 수천만∼수억원대 인기
유영국作 ‘Work’ 22억∼25억 최고가
높아진 관심 입증… 韓작가 약진 주목
키아프선 백남준 등 18억 넘는 판매고
2027년부터는 코엑스·DDP서 따로 개최
양대 페어 색깔·경쟁력 증명할 시험대
올해 ‘키아프 서울 2026’과 ‘프리즈 서울 2026’에서는 수백억원대 초고가 작품의 ‘한 방’보다 여러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어지고 한국 작가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관람 열기가 판매로 고스란히 이어진 것은 아니어서 미술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와 프리즈에는 각각 18개국 175개 갤러리, 30여개 국가·지역의 130여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키아프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프리즈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열렸다.
7일 한국화랑협회와 프리즈에 따르면 키아프에는 약 8만명, 프리즈에는 7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았다. 관람객 규모는 두 페어 모두 최근 3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수백억 대작 대신 유영국 25억… ‘골라 사는’ 시장
가장 눈에 띈 것은 한국 작가의 약진이다. 국제갤러리가 프리즈에 출품한 유영국의 1971년 작 ‘Work’는 22억∼25억원에 팔려 프리즈 서울에서 거래된 한국 작가 작품 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유영국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시장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갤러리현대는 김창열 작품 5점을 판매했으며 최고가는 110만달러(약 15억원)였다. 조현화랑은 이배의 브론즈 조각과 드로잉을 4만∼14만달러(약 5000만∼2억원)에 판매했고 서도호·김윤신 등의 작품도 새 주인을 찾았다. 해외 작가 중에서는 타데우스 로팍이 아드리안 게니의 회화를 110만유로(약 17억원), 안토니 곰리의 조각을 75만파운드(약 14억원)에 판매했다.
미술관과 기관의 구매도 활발했다. 프리즈에는 25개 국가·지역의 178개 미술관·기관 관계자가 찾아 역대 최대 기관 참여를 기록했다. 리만머핀의 김윤신 작품은 국내 주요 미술관 컬렉션에 들어갔고, 하우저앤워스의 라시드 존슨 회화는 국내 주요 기관에 120만달러(약 17억원)에 판매됐다. 이는 서울이 단순 거래 시장을 넘어 작품 발굴과 전시·소장 논의가 이뤄지는 국제 미술계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초기 프리즈 서울을 상징했던 수백억원대 초고가 작품의 존재감은 줄었다. 2022년 첫 행사에서 피카소의 4500만달러(당시 613억원) 작품 등이 화제를 모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수천만∼수억원대 작품을 비롯해 폭넓은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어졌다. 컬렉터들도 이름값만 좇기보다 작가와 가격을 따져 선택적으로 지갑을 여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키아프에서도 고가 작품부터 중저가 작품까지 다양한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어졌다. 갤러리현대는 백남준·정상화·김보희·김성윤 등의 작품을 판매해 18억원 이상의 실적을 올렸고, 국제갤러리는 유영국의 1979년작 ‘Work’를 6억∼7억2000만원에 판매했다. 가나아트는 박은선 작품 6점을 5억원 이상에 팔았다. 신진 작가 작품에도 손길이 이어졌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는 40만∼300만원대 작품 16점이 판매됐고, 키다리갤러리의 임일민 작품 11점은 완판됐다. 1998년생 박영환을 내세운 갤러리 휴에서도 약 25점이 팔렸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올해는 3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컬렉터층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고 중국·일본·태국 등 국제 컬렉터들의 방문 또한 지속적으로 다양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작품이 팔리고도 판매 사실이나 가격 공개를 꺼리는 화랑도 적지 않아 전체 거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 미술 존재감 커진 프리즈… 키아프는 독자색 강화
올해는 두 페어의 성격 변화도 눈에 띄었다. 해외 거장과 초고가 작품으로 키아프와 차별화했던 프리즈에서는 한국 갤러리와 한국 작가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올해 프리즈 참가 갤러리 133곳 가운데 한국 갤러리가 57곳을 차지했고, 서도호·유영국을 비롯한 한국 작가들의 판매 성과도 두드러졌다.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 거래가 이어지면서 프리즈와 키아프의 기존 성격 차이도 다소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면서도 54개 국가·지역에서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가 방문해 국제적인 외연은 유지됐다.
한편 25주년을 맞은 키아프는 자체 콘텐츠 강화에 힘을 줬다. 처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도입해 정구호 디렉터가 공간과 콘텐츠 전반을 맡았다. 전시장 디자인과 동선을 손보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참여한 ‘Kiaf Classic’, 증강현실(AR) 특별전, F&B 공간 등을 선보였다. 관람객 반응도 이어졌다. 프리즈가 먼저 끝난 뒤 키아프만 열린 마지막 날(6일)에도 8000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다만 화려해진 행사장과 판매 실적 사이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일부 주요 화랑에서는 억대 거래와 완판이 이어졌지만 상당수 화랑 관계자들은 “사람은 많은데 작품을 사지 않는다”며 판매 부진을 호소했다.
올해는 2022년부터 이어진 키아프와 프리즈의 ‘한 지붕’ 체제가 사실상 마지막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내년부터 키아프는 코엑스에 남고 프리즈 서울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긴다. 공동 티켓과 협력 관계는 이어지지만 한 공간에서 국내외 컬렉터와 관람객을 공유했던 조건은 달라진다. 한국 작가의 강세와 신중해진 구매 흐름 속에서, 장소를 나눠 개최하는 내년 행사는 키아프와 프리즈가 각자의 색깔과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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