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매각·채무 변제 등 정상화까지 과제 산적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을 인가한 뒤 맞은 첫 주말인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
이날 매장은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국내 프로축구 K리그 경기를 앞두고 찾은 축구팬들과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온 인근 주민들로 활기가 감돌았다.
지난 7월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직후 찾았던 때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였다.<2026년 7월6일자 세계일보 기사 참조>
때마침 프로축구 경기일이었지만 당시 매장 곳곳은 한산했다.
경기 관람을 앞두고 간식거리를 사러 온 축구팬들은 구색을 맞추는 데 급급한 진열대를 바라보며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 했다.
특히 우유가 가득해야 할 냉장 매대에는 컵커피가 듬성듬성 놓여 있었고, 일부 고객은 결국 마땅한 상품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두 달 만에 찾은 월드컵점에서는 그때와 같은 장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델리 코너에서 조리 음식을 팔던 한 직원은 매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도시락을 따끈하게 조리했다’며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계산대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계산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고, 물건값을 확인하는 직원들의 표정에서도 활기가 느껴졌다.
매장에서 계산을 기다리던 한 축구팬은 “저번에 왔을 때랑은 많이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전 방문 당시 진열대의 가격 안내 표지와 다른 물건이 놓여 낯설었던 우유 코너에는 홈플러스의 PB 상품인 심플러스(simplus)의 우유 제품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월드컵점은 한때 연간 매출이 900억~1000억원을 기록하며 전국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과 직결되는 탁월한 접근성 덕분에 마포구뿐만 아니라 은평구, 서대문구, 나아가 고양시 덕양구 수요까지 흡수하는 서북권 최대 유통 요충지였다.
대형 콘서트나 국가대표 축구대표팀 경기, K리그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수많은 인파가 쏟아져 들어오는 특수도 누려왔다.
2022년에는 홈플러스가 약 125억원을 투입해 월드컵점 운영권을 다시 확보할 만큼 상징성이 큰 매장이다.
다만, 이날의 매장 풍경만으로 홈플러스의 경영 정상화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법원의 인가로 회생계획을 실행할 기반이 마련됐을 뿐, 실제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앞서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지난 2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열고 표결한 결과 회생계획안이 가결되자 이를 즉시 인가했다.
회생계획안대로 채무를 이행할 것을 법원이 정식으로 허용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표결 직후 “회생담보권자조 100% 찬성, 회생채권자조 75.90% 찬성, 주주조 100% 찬성으로 회생계획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가결을 위한 조별 동의 요건은 회생담보권자조는 75% 이상, 회생채권자조는 66.7% 이상, 주주조는 50% 이상이었다.
재판부는 집계 결과 발표 후 “공익채권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한 점을 고려해 회생계획안 인가 요건을 구비했다고 인정한다”며 인가 결정을 내렸다.
이어 “채무자 회사는 임직원과 협력업체와 잘 협력해 회생계획안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업 규모를 줄여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점포 매각 등을 통한 채무 변제가 회생계획안의 핵심이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동의율과 함께 상품 대금을 받지 못한 납품업체가 분할 상환에 얼마나 동의해줄지를 주요 평가 지표로 삼았는데, 이날 기준 동의율이 66%를 넘긴 점이 회생계획안 인가의 배경이 됐다.
관리인 자격으로 출석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홈플러스의 회생 상황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채권자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흑자 점포 위주로 사업을 줄여 수익성을 확보하고 일부 점포를 즉시 매각해 채권 변제에 우선 사용한다는 점이 이번 회생계획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본격적인 채무 변제와 구조조정 등 회생 절차를 이행할 계획이다.
폐점 점포 가운데 자가 점포를 매각해 메리츠금융그룹이 보유한 1조3000억원의 선순위 담보신탁채권을 상환하고, 이후 자가 점포를 담보로 대출받아 여타 채권을 변제할 계획이다.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을 끌어모아 2030년 매출 4조3000억원, 영업이익 1628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 사업 부문에 대한 M&A도 추진한다.
법원의 인가로 홈플러스는 회생을 위한 첫 관문을 넘었지만, 매장을 다시 채우는 것 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과 채무 변제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마트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이라며 “홈플러스를 지속 가능하게 경영할 인수자를 찾아 성공적인 M&A를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트레이더 조’ 모델 등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영업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입증해야 한다”며 “고용 보장과 휴직자 복귀 역시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월 최대 3회 대금 정산 방식을 도입했다고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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