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동맹에 대한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진행한 현지 매체 르몽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국방비를 증액하고, 필요한 핵심 군사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등 한·미 동맹에서 한국의 역할과 부담을 제고해 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조선 협력과 글로벌 인공지능(AI) 생태계 강화 등의 방면에서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향한 거센 압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는 점과 이를 위해 한국이 필요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북 관계를 두고선 “오랜 시간 쌓인 불신의 담장이 몇 번의 두드림으로 단기간에 무너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통해 북한과 미국의 대화 재개를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북·미 대화 재개 촉진 등의 과정에서 “북한의 핵 능력을 저지하기 위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용주의적 외교 정책을 기반으로 한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 기조도 유지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 “프랑스와 독일의 경험이 좋은 사례가 된다”며 “프랑스 외교관 장 모네가 말했듯이 모든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공통의 관심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작지만 구체적인 협력을 구축할 수 있다. 석탄과 철강을 중심으로 한 협력이 프랑스와 독일 간의 더욱 긴밀한 관계와 번영뿐만 아니라 유럽 통합의 토대를 마련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역사를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일본과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7일에는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영화와 영상 콘텐츠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뤼미에르 서밋’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의장으로 참석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방한 당시 이 대통령을 뤼미에르 서밋 공동의장으로 초청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서밋을 계기로 K콘텐츠와 한국 기업의 유럽 및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국은) 최근 몇 년간 매우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신흥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 니스에 도착한 후 첫 일정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주최하는 ‘5대륙 창작자들과의 만찬’에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니스와 생폴드방스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8일부터 이틀간은 파리에서 국빈으로서의 양자 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이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의 단독 오찬 및 양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확대 정상회담 등을 갖는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국과 프랑스 간 협력을 기대하며 “(양국이 각자의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 발전과 인간의 창의성이 조화를 이룰 새로운 문화의 길 함께 선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정상은 지정학적 문제 등에 대한 논의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방한 당시 제안했던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에 거리를 두는 ‘독립국 연대’에 대해 “특히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지향하는 연대의 성격과 관련해선 “역량 있는 국가들이 분야별 협력을 통해 기존 국제질서를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자강의 노력, 기존의 동맹을 시대와 현실에 맞게 심화·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서는 세계 경제 변화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과 개헌 등의 이슈도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중국과 같은 경쟁국들의 급속한 기술 발전 외에도 인공지능(AI) 혁명은 산업 생태계와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이 AI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신재생에너지, 양자 기술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들을 강조하며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수많은 희생을 통해 쟁취한 민주주의가 다시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한국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헌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을 보다 잘 분배하기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기 위한 ‘사법 개혁’과 헌정 질서를 위협하지 않고 현대와 미래의 전쟁 형태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군사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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