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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자료까지 뒤져 동대문파 잡았죠” [경찰서 사람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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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민·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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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수단 홍윤기 조폭팀장 인터뷰

꼬박 1년 걸린 집요한 추적 결실
‘패싸움’ 타 조직 포함 40명 검거
모은 수사기록 2만5000쪽 달해
“안 잡힐 것 같아도 결국 다 잡아”
보이스피싱 등 여죄도 끝까지 추적
1년 전 잡은 진성파 여죄 최근 송치
사건 현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답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랜 경험과 집요한 수사로 범인을 쫓고, 시민의 일상을 지켜낸 ‘경찰서 사람들’입니다. 사건 뒤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광역범죄수사대예요?”

 

3월31일 오전 7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조직폭력수사팀 홍윤기 팀장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이날 체포하려던 ‘동대문파’ 조직원이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 마침 이 팀이 동대문파 14명을 동시다발적으로 체포하는 ‘작전’을 짜둔 날이었다. 이미 경찰이 자신을 수사하고 있다는 낌새를 챈 조직원은 차를 타고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홍 팀장이 2시간 동안 그와 통화를 이어가는 동안 팀원들은 차로 뒤를 쫓았다. 2시간 동안 쫓고 쫓기는 실랑이 끝에 강남구에서 팀원들이 이 조직원을 검거했다. 전력질주해 도망치는 피의자를 뒤따라가 제압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이날 이 팀은 동대문파 조직원 14명을 체포했다.

올해 3월 조직폭력수사팀 팀원들이 서울 강남구에서 도주하던 동대문파 조직원을 체포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올해 3월 조직폭력수사팀 팀원들이 서울 강남구에서 도주하던 동대문파 조직원을 체포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체포 후 주어진 시간은 48시간. 신병을 계속 확보한 상태로 조사하기 위해 14명을 모두 조사한 뒤 새벽 4시까지 구속영장을 썼다. 결국 14명 중 13명이 구속됐다.

 

최근 서울 동작구에 있는 광수단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홍 팀장은 “‘작전’을 하려면 일주일은 집에 못간다. 동대문파 검거 후 주량이 반으로 줄었다”며 웃었다.

 

이 팀은 동대문파를 검거하기 위해 꼬박 1년을 수사해왔다. 지난해 2월 동대문파가 ‘연합’을 맺은 상계파·이태원파·이글스파 조직원들과 함께 집단 패싸움을 벌이는 영상이 수사의 발단이다. 이 팀은 서울에 존재하는 약 20개의 조직을 주시하다가 폭력 등 범죄행위가 발생하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

 

동대문파가 폭력행위처벌법(폭처법)상 ‘폭력범죄단체’임을 입증하기 위해선 역사부터 파헤쳐야 한다. 동시대 인물의 회고록 등 각종 기록을 통해 ‘1세대 조직원’의 행적부터 현재 조직원의 동향을 쫓았다. 동대문파의 경우 1950년대 유명 정치깡패 이정재를 계승한다며 결성된 조직인 만큼, 수사도 1950년대 기록에서 시작한다. 조직이 언제 결성됐는지, 행동강령이 무엇인지 등 ‘연혁’도 써야 한다. 그렇게 동대문파를 잡기 위해 모은 수사 기록이 2만5000쪽에 달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조직폭력수사팀 홍윤기 팀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광수단 사무실에서 본지를 만나 조직폭력배 수사를 위한 노하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 팀장이 이끄는 조직폭력수사팀은 올해 3월부터 동대문파 조직원 14명을 비롯한 폭력조직원 40명을 검거했다. 유경민 기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 조직폭력수사팀 홍윤기 팀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광수단 사무실에서 본지를 만나 조직폭력배 수사를 위한 노하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 팀장이 이끄는 조직폭력수사팀은 올해 3월부터 동대문파 조직원 14명을 비롯한 폭력조직원 40명을 검거했다. 유경민 기자

조폭을 잡기 위해 신체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건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가 중요한 이유다. 홍 팀장은 “조폭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무엇을 하기 위해 조직에 가입했을까를 생각하며 몇 수 앞을 치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팀원들은 폐쇄회로(CC)TV를 보는 것에도 도가 텄다.

 

 조직원들을 검거하고 송치했다고 해서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 팀은 동대문파가 개인정보를 매매하거나 투자리딩방 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또다른 범죄를 저지른 정황을 확인하고 여죄를 수사 중이다. 홍 팀장은 “요즘 서울 조폭은 대부분 보이스피싱이나 투자리딩방에 필요한 통장을 공급한다”며 “불법을 지켜줄 폭력이 필요한데, 그 폭력의 역할을 조폭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검거한 ‘진성파’의 여죄도 끝까지 추적했다. 이 팀은 진성파 조직원이 연루된 장애인 신분증 도용 및 데이터 유심 임의 개통 사건(개인정보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최근 송치했다. 통상 한 조직을 수사하는 데 1년반에서 2년이 걸린다. 수사가 오래 걸리는 만큼 이 팀 구성원 6명은 모두 조폭 수사 3∼5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기자를 만난 이날도 수사를 위해 외근을 나간 팀원들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사무실 문 앞에는 지난해 3분기 수상한 ‘외근 수사분야 우수 수사팀’ 상패가 걸려 있다. 서울경찰청 직접 수사부서 전체에서 한 팀에만 시상하는 상이다.

 

조직폭력수사팀이 있는 서울 동작구 사무실 문 앞에 지난해 3분기 수상한 ‘외근 수사분야 우수 수사팀’ 상패가 걸려 있다. 소진영 기자
조직폭력수사팀이 있는 서울 동작구 사무실 문 앞에 지난해 3분기 수상한 ‘외근 수사분야 우수 수사팀’ 상패가 걸려 있다. 소진영 기자

홍 팀장은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라는 말을 좋아한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성글어 보이지만 결코 새지 않는다는 말로, 악인은 결코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는 “수사는 느리고 안 잡힐 것 같지만 결국 다 잡는다”며 “수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가 안나고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열심히 하고 있으니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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