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韓입맛 맞춰
핏줄·근막까지 손질
15개 공정 40시간 걸려
깐깐한 품질관리 자랑
‘레토르트’ 핵심 공정
유통기한도 3년 확보
명절마다 선물 ‘상징성’
캔햄시장서 1위 굳건
스팸의 핵심 재료인 돼지고기 앞다리살과 뒷다릿살을 손질하는 작업자들의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스팸을 만들기 위해 작업자들은 핏줄과 근막을 제거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상온에서 쉽게 번식할 수 있는 세균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정마다 온도계로 적정 온도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완성된 가공육은 캔에 담기고, 완벽한 진공상태에서 쪄진다. 이물질이 혼입되거나 불량제품이 출하되는 것을 막고자 화상 검출기 등 각종 첨단장비가 동원됐다. 40년 넘게 국민에게 사랑받아온 스팸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지난 4일 스팸을 만드는 충북 진천의 CJ제일제당 제3공장을 찾았다.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팸이 만들어지고 출발하는 시작점이다. 현장에서 본 스팸의 제조 공정은 ‘좋은 재료’와 ‘완벽한 품질’ 두 단어로 요약된다. 스팸이 2006년부터 지금까지 약 15억캔의 판매고와 6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명절 선물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이유다.
◆‘좋은 재료’와 ‘완벽 품질’로 쌓은 신뢰
미세먼지조차 허용하지 않는 CJ제일제당 제3공장 작업장은 들어가는 절차부터 까다로웠다. 두건과 위생모, 마스크, 방진복을 입고, 손 세척과 건조, 에어 샤워(바람으로 몸에 붙은 먼지를 제거) 등을 거쳐야 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바깥 온도와 달리 내부는 15도 이하로 서늘했다. 있을지 모를 세균을 방지하고, 온도에 민감한 고기의 상태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더 좋은 맛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 공정에선 열기가 느껴졌다. 글로벌 최고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CJ제일제당 직원들의 치열함 덕분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돼지고기가 쉴 새 없이 작업대 위에 올라오자 직원들이 지방과 혈관, 힘줄 부위를 손수 제거했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해외보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배합비와 염도 비율도 우리나라에 맞게 현지화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스팸 한 캔을 생산하는 데는 총 15개 이상의 공정과 40시간이 필요하다. 원료육 입고부터 해동과 선별(뼈 제거), 초핑(잘게 다지기), 믹싱, 염지, 캔 충전, 열처리, 라벨링, 박스에 담기까지 수많은 라인이 돌아간다. 양념까지 마친 원료육은 풍미를 높이기 위해 하루 정도 숙성한다. 이물질과 불량제품 출하를 막기 위해 화상 검출기와 엑스레이 검사로 캔 속 고기까지 들여다본다.
핵심은 고온·고압으로 살균해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열처리 공법, ‘레토르트 공정’이다. 완벽한 살균처리를 통해 스팸은 3년이라는 유통기한을 확보할수 있다. 함정호 CJ제일제당 진천공장 캔생산팀장은 “스팸 생산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공정은 제품의 미생물학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레토르트 공정”이라며 “온도, 시간, 압력 등 주요 조건을 철저히 관리해 안전성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최종 핵심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장은 5개월 전부터 추석 선물세트 물량에 대비한 생산에 돌입했다. 함 팀장은 “CJ제일제당은 명절을 앞두고 평상 시 판매 물량에 선물세트용 물량까지 더해 장기간 생산계획을 운영한다”며 “스팸은 단독 선물세트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함께 담은 복합세트 등 여러 구성에 폭넓게 활용되는 만큼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15억캔 팔린 ‘국민 햄’… 선물 대명사로
스팸은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저소득층 소비자와 미군을 타깃으로 한 단백질 공급원 성격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1987년 CJ제일제당이 기술제휴를 맺고 고품질 캔 햄으로 발전시키면서 한국에선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충족한 밥반찬으로 발전했다.
판매 수치에서도 스팸 열풍은 확인된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약 15억캔, 소비자 판매액 기준 약 6조2950억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브랜드 영향력도 견고하다. 최근 3년 연속 5000억원 이상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캔햄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다. 닐슨 시장데이터 기준 CJ의 국내 캔햄 시장점유율은 2021년 이후 6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지난해에는 64.5%를 기록했다.
특히 스팸은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 기간 선물세트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연간 스팸 매출에서 선물세트가 차지하는 비중만 매년 약 50~55% 수준이다. 스팸이 식탁 위 일상 식품을 넘어 명절 선물로 본격 자리 잡은 건 1990년대이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 실용성이 작용했다. 명절 선물은 받는 사람의 연령과 가족 구성, 세부 취향을 모두 고려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익숙하고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스팸의 경우, 부모·친지 등 중장년층에게는 오랜 시간 쌓아온 친숙함을 주는 동시에 젊은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익숙한 식품이다. 선물을 고르는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선택 부담이 적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일상적으로 적절하게 즐길 수 있다. 오랜 기간 명절마다 주고받아 온 경험이 축적되면서 ‘명절 단골 선물 중 하나’라는 상징성도 갖게 됐다. 시대가 달라지고 선물 유행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스팸이 오랫동안 명절 선물 자리를 지켜온 배경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팸은 명절 선물세트의 익숙한 정서와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패키지와 구성, 협업으로 새로운 경험을 더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특히 올해는 오랜 기간 명절 선물로 사랑받은 스팸의 친숙함은 유지하면서 캐릭터와 패키지, 한정판 요소 등을 더해 젊은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고 소장·공유하고 싶은 시즌 아이템으로 접점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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