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은 일터에서 성범죄를 신고했을 때 2차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 조치 부실과 피해자를 탓하는 조직 분위기 탓에 피해를 보고도 침묵하거나, 동료의 피해를 목격한 이들마저 신고를 망설이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구조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 내 성범죄 경험 및 2차 피해 인식’ 결과를 6일 발표했다.
◆ 신고 막는 2차 피해 공포… “가해자 분리·보호 안 될 것”
조사 결과 응답자의 72.3%는 직장 내 성범죄를 신고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경우 2차 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2차 피해를 우려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제도 미작동이 꼽혔다.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나 피해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37.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있어서’(36.2%),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30.2%) 순으로 집계됐다. 조직 내 시선과 형식적 처벌이 피해자의 입을 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 피해자 40%는 “참거나 모른 척”… 목격자 65%도 신고 위축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는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주변 동료들에게도 강한 학습 효과를 남겼다. 동료의 2차 피해 상황을 목격했을 때 향후 자신의 문제 제기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응답은 65.4%에 달했다.
실제 피해를 겪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0.3%였다. 이들 가운데 성희롱 피해 후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한 비율은 40.9%에 달했다.
성희롱 가해자는 임원이 아닌 직속 상급자가 3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비슷한 직급의 동료(23.6%), 사용자(14.8%) 순이었다. 이 밖에도 응답자의 15.4%는 성추행·성폭행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스토킹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13.9%로 집계됐다.
◆ “법적 의무 현장서 겉돌아… 보호·복귀 중심 문화 전환 필요”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일터 내 안전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회사가 성범죄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는 응답자는 59.2%에 머물렀다.
직장갑질119는 “법에 피해자 보호와 행위자 징계 등 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성범죄를 개인 간 갈등으로 치부하거나 신고자를 문제를 일으킨 사람으로 취급하는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해자 징계뿐 아니라 피해자의 안전한 복귀와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춘 사후 모니터링과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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