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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만 마시는 시대 끝”…미술·공연·숙박까지, 호텔家 가을 ‘와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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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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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숙박·지역체험, 신라는 150만원 프렌치 디너…워커힐은 10월 6차례

호텔에서 와인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메이필드호텔 제공
메이필드호텔 제공

수백 종의 와인을 한곳에 모아놓고 시음하던 행사를 넘어 미술 전시와 라이브 공연을 붙이고, 객실 숙박과 지역 관광까지 하나의 상품으로 묶는다. 파인다이닝에 최고급 와인과 꽃 장식을 더해 100만원이 훌쩍 넘는 상품을 내놓는 곳도 있다.

 

올가을 호텔가의 와인 경쟁은 결국 ‘얼마나 많은 와인을 갖췄느냐’보다 ‘와인 한 잔에 어떤 경험을 얹느냐’의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야외 정원 벨타워가든에서 ‘2026 디오니소스 와인페어’를 연다. 올해로 24회째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Falling in Wine with French Romance’. 와인과 프랑스 미식에 음악과 미술을 한데 묶었다.

 

특히 마이아트뮤지엄 원그로브점에서 열리는 ‘봉주르, 장자크 상페: 세상을 그리는 시선’과 협업한다. 메이필드호텔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장자크 상페 전시와 와인페어를 결합해 프랑스의 낭만을 구현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행사는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열린다. 금양인터내셔날과 롯데와인, 올빈와인, 비노에이치, 장성글로벌 등 16개 와인업체가 참여해 데일리 와인부터 내추럴 와인, 보르도 그랑크뤼까지 다양한 와인을 선보인다.

 

서울 특급호텔들의 와인 행사는 같은 주에 집중된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호텔 7층 더 마고 그릴 야외 정원 ‘JW가든’에서 ‘2026 JW가든 가을 와인 페어’를 개최한다.

 

국내 주요 주류 수입사 7곳이 참여해 와인과 위스키, 사케 등 200종 이상의 제품을 선보인다. 행사 시간도 오후 1시부터 9시까지로 늘렸다. 행사장에서 산 와인은 더 마고 그릴과 타마유라, 플레이버즈에서 올해 말까지 하루 최대 2병을 콜키지 없이 즐길 수 있다.

 

하루 뒤에는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 바통을 넘겨받는다.

 

이 호텔은 18일부터 20일까지 ‘2026 FALL WINE N BUSKER’를 연다. 올해로 12년째 이어지는 행사로, 콘셉트는 영화 촬영장 뒤편을 연상시키는 ‘BACKSTAGE CINEMA’다.

 

11개 와인 수입사가 참여해 100여종의 프리미엄 와인을 자유롭게 시음할 수 있다. 미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활용한 페어링 메뉴와 캘리포니아와인협회 와인 도슨트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음악도 핵심 콘텐츠다. 감성 보컬 그룹 노을을 포함해 모두 9개 팀이 라이브 공연을 펼친다. 정상 입장료는 1인 5만원이다.

 

결국 17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을 시작으로 18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19일 메이필드호텔까지 주요 와인 행사가 사흘 연속 문을 연다. 9월 셋째 주가 호텔가의 사실상 ‘와인 페어 대목’이 된 셈이다.

 

대기업 계열 호텔·리조트는 와인에 숙박과 고급 미식을 붙이는 방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오는 20일 롯데리조트 부여에서 ‘2026 와박사의 하루 ver.4’를 진행한다.

 

단순 와인 시음권이 아니다. 객실 1박에 와인 프로그램 2인 참여권과 황포돛배 탑승권을 묶었다. 9월 20일 하루만 투숙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가격은 1박 30만8000원부터다. 와인 경험을 숙박과 지역 관광까지 연결한 사례다.

 

롯데리조트 속초도 9월부터 객실에 조식 1인과 와인을 묶은 ‘Sunset check-in’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은 1박 18만원부터다.

 

서울신라호텔의 방향은 또 다르다. 대규모 야외 축제보다는 파인다이닝을 앞세워 와인을 고급화한다.

 

서울신라호텔은 올해 한식당 ‘라연’과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에서 세계 정상급 와인으로 구성한 ‘프레스티지 페어링 와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평소 잔 단위로 접하기 어려운 희귀 와인을 코스 요리와 조합하는 방식이다.

 

콘티넨탈에서는 현재 ‘An Enchanting Memory’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프렌치 코스 요리에 소믈리에가 선정한 와인 6잔, 핑크빛 플라워와 캔들 데커레이션을 결합했다. 이용 장소도 23층 ‘L'amour 105번 테이블’로 특정했다. 가격은 2인 150만원이다.

 

같은 와인을 팔더라도 메이필드와 JW 메리어트가 다수가 즐기는 ‘축제형’을 택했다면 신라는 소수 고객을 겨냥한 ‘초고가 미식형’, 롯데는 ‘숙박·여행형’으로 영역을 나누고 있는 셈이다.

 

경쟁은 9월로 끝나지 않는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10월 10~11일, 17~18일, 24~25일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가을 와인페어 ‘구름 위의 산책’을 연다.

 

행사는 1부 오전 11시~오후 3시, 2부 오후 3시30분~8시로 나눠 운영한다. 입장권에는 와인 시음과 리델 글라스, 와인 칠링백, 푸드 교환권, 경품 추첨 응모권 등이 포함된다. 2인 입장권 가치는 11만원으로 책정됐다.

 

워커힐 역시 축제를 객실 매출로 연결했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은 객실과 와인페어 입장권 2매를 묶은 ‘Wine Forest’를 26만7000원부터 판매한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 상품은 32만7000원부터다.

 

호텔이 와인 행사를 단순 식음 매출을 올리는 하루짜리 이벤트가 아니라 숙박과 레스토랑, 부대시설까지 고객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호텔들이 미식 콘텐츠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여행 소비 방식의 변화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여행 총지출액은 39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했다.

 

특히 여행 활동 가운데 ‘음식관광’을 했다는 비율은 2024년 61.7%에서 지난해 65.6%로 3.9%포인트 뛰었다. 조사된 주요 여행 활동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1박 이상 체류형 여행 비중도 40.0%에서 41.3%로 높아졌다.

 

와인을 둘러싼 호텔들의 전략도 이런 변화와 맞물린다. 와인을 한 병 더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정원과 레스토랑을 이용하게 하고, 공연과 미술관을 찾게 하고, 아예 하룻밤을 묵도록 만드는 것이다.

 

올가을 호텔가에서 팔리는 것은 와인만이 아니다. 와인 한 잔을 이유로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상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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