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복도시법’ 개정 추진
법무·성평등 ‘이전 제외’ 삭제
공청회 거쳐 계획 변경 확정
주거·보육 등 환경 조성 박차
‘출장 행정’ 반복 가능성 과제
내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정부부처와 정부행정위원회 등 중앙행정기관이 줄줄이 세종으로 이전한다. 현재 서울에 있는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위원회 등 다른 중앙행정기관의 이전 여부도 올해 4분기 중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그간 이전 대상에서 거론되지 않았던 외교부 통일부는 물론 검찰청(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청을 세종 청사 신축 이후 순차적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국방부를 제외한 모든 정부부처 이전 및 대통령세종집무실 2029년 완공 계획과 맞물려 정부가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3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에 소재한 중앙부처와 중앙행정기관 등을 대상으로 기관별 기능과 성격, 기관 간 업무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세종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법무부와 성평등부의 이전을 위해 두 기관을 ‘이전 제외기관’에서 삭제하는 내용의 행복도시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법상 이들 기관은 이전 제외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 기관과 방법, 시기는 행복도시법에 따라 관계 중앙행정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해 확정한다.
다만 정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의 세종 이전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오늘 언급하지 않은 기관이 지방 이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4분기 중에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개인정보위는 법 개정 없이 행복도시법에 따른 이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검찰청에서 개편되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과 경찰청 등 별도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 신축을 마친 뒤 이전할 방침이다. 모든 기관을 일률적으로 같은 시기에 옮기지 않고 기관별 업무 여건과 준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윤 장관은 “이전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국민이 이용하는 행정서비스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민원과 인허가, 정책집행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업무가 중단되거나 지연되지 않도록 기관별로 업무 연속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성평등부는 2005년 이전 제외기관으로 지정된 지 20여년 만에 세종으로 향하게 됐다. 당시 여성부는 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 등과 함께 이전 제외기관으로 규정돼 서울에 남았다. 이후에도 조직의 부침이 이어졌다.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면서 존폐 기로에 섰지만, 여야 협상 끝에 여성부로 축소돼 존치됐다. 가족·보육 업무는 보건복지부로 이관됐다. 2010년에는 가족·청소년 업무를 다시 넘겨받으면서 여성가족부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바꿨다.
정부는 이전 직원과 가족이 세종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와 교육, 보육, 교통 등 정주여건과 기관이 조기에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도 함께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1차 이전이 수도권 인구 분산과 지역 정착 효과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이전한 일부 혁신도시는 가족 동반 이주율이 낮고 주말 공동화, 상가 공실 등 정주·상권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세종=뉴시스
세종 이전 이후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출장 행정’이 반복될 가능성도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43개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했지만, 국회 대응과 각종 회의 등을 위해 공무원들이 서울을 오가는 데 따른 행정 비효율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도 2019년 세종 소재 부처 장·차관의 서울 집무실을 폐지하면서 잦은 서울 출장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과 내부 소통 부족 등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내부 보고·회의를 위한 서울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영상회의 등을 우선 활용하도록 하는 ‘세종 중심 근무 정착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고 행복도시법 개정 등을 위해 국회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국무조정실과 함께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기관별 이전계획과 청사 확보 상황, 업무 연속성 확보, 직원·가족 정착 지원 등을 점검한다.
윤 장관은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정부의 공간을 옮기는 데 그치는 일이 아니다”라며 “국가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세종의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기능을 강화하며 국가균형성장의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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