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자체보다 기관 역할 맞춰야
속도전보다 균형발전도 살피길
정부가 어제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과 공공기관 통폐합 방안을 내놨다.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는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균형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생존전략”(한성숙 총리)이라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 및 공공기관을 내년 상반기부터 세종으로 대거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등 유사·중복 기능의 일원화와 소규모 기관통합 등을 통해 109개 공공기관을 감축하겠다고도 했다. 기관 이전과 개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지만,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신중하고 면밀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당장 이전 및 통폐합 대상으로 적시된 행정·공공 기관의 내부 구성원들의 우려와 불안부터 최소화해야 한다. 해당 기관 직원들의 경우 주거는 물론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기반 등이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산업·IBK기업·수출입 등 3대 국책은행의 이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4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기러기 직원’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있는데 단순한 조직 이기주의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정책금융이라는 틀과 금융산업의 경쟁력에 미칠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 설득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2019년 마무리된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당시 153개 기관 종사자 약 5만명이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경제효과가 당초 예상치보다 훨씬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심지어 2023년부터는 사실상 지방 혁신도시 인구가 수도권으로 순유출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반드시 수도권에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하겠다”(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며 ‘수도권 잔류 최소화’ 방침을 강조했다. 1차 이전 당시의 느린 진행을 거론하며 ‘속도전’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의료, 교통, 교육 등 정주 여건과 수용능력 고도화 없이 ‘간판’만 옮겨가면 인재이탈 등 부작용만 증폭시킬 게 뻔하다. 일부 지자체들의 공공기관 이전 유치경쟁까지 불붙으면서 지역 갈등 조짐까지 보인다. 정교하게 설계해도 쉽지 않은 기관 이전과 통폐합은 기관의 역할에 맞게 추진돼야만 시너지 효과를 키울 수 있다. 정치적 셈법을 최소화하고 긴 호흡으로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그나마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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