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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모의 꿀맛 같은 휴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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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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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항공모함이 기존의 전함 대신 해전(海戰)의 주력 무기로 부상했다. 가장 먼저 항모를 해군 전력의 핵심으로 삼아 성공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1941년 12월 항모 6척을 동원해 태평양 한가운데 일본과 미국의 중간쯤 떠 있는 하와이 진주만을 습격한 것이다. 항모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의 공습에 섬은 초토화했고, 그때까지 일본군을 깔보던 미군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이후 미군은 항모 건조에 사활을 걸었다. 함재기 조종사들의 정신 무장도 한층 단단해졌다. 진주만 피습 후 약 반년 만인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 항모들은 일본 항모 4척을 일거에 격침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이 2일 태국 파타야의 람차방 인근에 도착한 모습. 링컨함은 지난 2월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장시간 작전 임무에 투입돼 장병들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다. 최근 다른 항모 ‘조지 워싱턴’과 임무를 교대하고 휴식을 위해 파타야로 이동했다. AP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이 2일 태국 파타야의 람차방 인근에 도착한 모습. 링컨함은 지난 2월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장시간 작전 임무에 투입돼 장병들이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다. 최근 다른 항모 ‘조지 워싱턴’과 임무를 교대하고 휴식을 위해 파타야로 이동했다. AP연합뉴스

오늘날 미 해군 항모는 전부 원자력 추진 방식이다. 기름 대신 항모 안에 설치된 소형 원자로가 생산해내는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니미츠급 항모다. 군용기 70∼80대를 싣고 다니는 만큼 그 관리에 필요한 승조원 수도 많다. 비행 관련 인력과 항모 운영 인력을 더해 6000명에 이른다. 자연히 항모 안에는 식당, 매점, 병원부터 헬스장, 도서관, 수영장, 소방서, 심지어 소규모 영화관까지 거의 모든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작전이 없는 휴일에는 비행 갑판에서 파티가 열리고 농구 등 스포츠 시합도 벌어진다. ‘떠다니는 작은 도시’라고 불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아무리 없는 것 없이 풍족해도 망망대해에 머무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장병들은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섬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제주도처럼 넓은 섬 안에선 솔직히 해안가에 나가봐야 비로소 ‘아, 이곳이 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 면적이 300㎡에 불과한 마라도 같은 비좁은 섬에 있으면 동서남북이 모두 바다인 현실과 마주하며 극심한 단절감이 밀려든다. 항모가 큰 배라고는 하나 니미츠급을 기준으로 길이는 약 330m, 폭은 가장 넓은 곳이 77m 정도다. 이런 선체에 오래 갇혀 지내면 장병들은 고립감과 단절감에 시달리며 정신 건강을 해치기 쉽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의 태국 파타야 입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타파야의 한 식당에 ‘미군 장병들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의 태국 파타야 입항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타파야의 한 식당에 ‘미군 장병들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AP연합뉴스

2025년 11월부터 중동 해역에 장기간 배치되었던 니미츠급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이 거의 1년 만에 휴식을 취하게 됐다. 이 항모는 지난 2월 미국과 이란 간에 터진 전쟁 때문에 200일 이상 연속으로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하느라 장병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을 시도한 병사가 있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이에 미 해군은 다른 니미츠급 항모 ‘조지 워싱턴’을 중동 지역으로 보내 링컨함과 임무를 교대하도록 했다. 링컨함은 인도양을 거쳐 아시아로 이동해 2일 태국의 유명 관광지 파타야 인근에 입항했다. 장병들에겐 모처럼 주어진 꿀맛 같은 휴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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