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버려질 뻔한 농산물의 반전…유통업계가 ‘못난이’를 찜하다

입력 : 수정 :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못난이 농수산물 특가 코너 등…지역 다양
지자체도 지원 사업…안전성 평가 연구도
이커머스 매출로 시장 잠재력 확인
지속 가능 유통 모델…영향력 더 커질 수도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 외관 때문에 판로를 찾지 못했던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이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으로 외관상 결함이 생긴 농산물을 별도 상품으로 판매하거나 직매입하는 등 판로 확대에 나서면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마켓이 오는 22일까지 못난이 농수산물 특가 코너를 진행한다. 국내산 과일·채소·수산물 등 60여개 상품을 일반 상품보다 약 10% 저렴하게 판매한다. 해남 못난이 감자와 고구마, 성주 못난이 참외, 제주 못난이 미니 밤호박, 안동 못난이 마 등 지역도 다양하다.

 

경기도는 지난 3월 ‘아까운 농산물’ 유통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는 지난 3월 ‘아까운 농산물’ 유통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제공

 

못난이 농산물은 크기나 모양 등이 등급·규격에 맞지 않거나 농업재해 등으로 외관에 상처가 생겼지만 품질에는 문제가 없어 유통이 가능한 농산물을 뜻한다. 최근에는 ‘못난이’라는 표현 대신 ‘아까운 농산물’이라는 이름도 등장했는데, 지자체 차원에서 못난이 농산물 판매 증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 사례도 있다.

 

앞서 경기도는 올해 3월 전국 최초로 ‘아까운 농산물 유통 지원사업’을 시행하면서 외관상 결함과 실제 품질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정책적으로 공식화했다. 아까운 농산물을 구매하는 유통업체에 도비와 시군비 각 1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농산물 안전성 검사도 실시한다면서다.

 

전북특별자치도도 지난 7월 잔류농약 안전성 평가 연구에서 딸기와 토마토 등 총 86건을 검사해 정상품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외형이 고르지 않은 농산물에 농약이 더 많이 남아있을 거라는 소비자의 불안감 해소와 관련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조례에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경기도가 인용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채소·과일 전체 생산액 16조373억원 가운데 아까운 농산물 시장 규모는 약 2조~5조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정확한 전국 단위 통계가 부족하다는 한계는 있지만, 규격 외 농산물이 결코 일부 농가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경기도는 지난 3월 ‘아까운 농산물’ 유통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는 지난 3월 ‘아까운 농산물’ 유통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제공

 

못난이 농산물 시장의 잠재력은 대형 이커머스와 유통 기업의 각종 기록 등에서도 확인된다.

 

컬리는 2023년 6월 못난이 채소를 모은 자체 브랜드 ‘제각각’을 선보인 뒤 2024년 7~10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다고 밝혔었다. 청상추와 적상추 판매량은 15배 이상 늘었고 당근·오이·무·마늘 등의 판매량도 증가했다. 고물가 속에서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채소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적극적인 방식으로 시장을 키웠다. 2023년부터 2025년 10월까지 전국 농가에서 못난이 채소를 직매입한 물량이 8000톤을 넘어섰다. 무·버섯·당근·파프리카·애호박·오이 등 약 20개 품목을 취급, 평균 20%가량 저렴하게 판매했다. 매입 지역에는 평창·정선·태백·홍천 등 인구감소지역도 대거 포함됐다.

 

경기도는 지난 3월 ‘아까운 농산물’ 유통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는 지난 3월 ‘아까운 농산물’ 유통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제공

 

못난이 농산물의 판매가 늘어난 이유를 ‘착한 소비’라는 명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유통업계 분석이다. 고물가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혜택이 있고, 가정에서 손질하거나 조리할 때 외관 차이가 구매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농산물 폐기량을 줄인다는 가치소비의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싸게 사는 소비’와 ‘의미 있는 소비’를 소비자들이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본다.

 

못난이 농산물의 경쟁력은 ‘못생겼지만 싸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유통업체는 정상 규격에서 탈락한 상품을 별도의 수요로 연결해 상품 구색을 넓힐 수 있고, 농가는 기존 유통망에서 소화하지 못했던 물량을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 소비자도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세 주체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분석된다.

 

G마켓이 오는 22일까지 못난이 농수산물 특가 코너를 진행한다. G마켓 제공
G마켓이 오는 22일까지 못난이 농수산물 특가 코너를 진행한다. G마켓 제공

 

다만,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못난이’라는 이름만 앞세우기보다 품질 기준을 명확히 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게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산지 직거래와 계약재배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못난이 농산물은 고물가 시대의 일시적 대안이 아니라 기업의 ESG 경영과 농가 상생, 소비자 편익을 모두 만족시키는 지속 가능한 유통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며 “선별 기준 규격화와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 확보가 뒷받침된다면 향후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니언

포토

미야오 안나, '상큼 발랄'
  • 미야오 안나, '상큼 발랄'
  • [포토] 아이린 '눈부신 등장'
  • 차희 '반가운 손인사'
  • 서은수 '상큼 발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