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기 다이어리부터 한정 굿즈까지…체험·커스터마이징 요소 가미
29CM 문구 매출 48%↑·다이어리 60%↑
“그날 일정은 휴대전화에 저장해도 다이어리는 꼭 써요. 연례행사처럼 이맘때부터 내년에 쓸 예쁜 디자인의 다이어리를 찾아다닙니다.”
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29CM×로프트(LOFT) ‘페이지 투 페이지스’ 문구 팝업에서 만난 20대 방문객은 이같이 말했다.
휴대전화로 일정을 확인하는 시대에도 자신의 취향을 담은 다이어리와 노트를 따로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가방에 쏙 들어가는 미니 노트에 좋아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캐릭터가 그려진 볼펜을 골라 쓰는 것도 하나의 취미가 됐다. 서울 성수동을 중심으로 강남과 홍대 일대에는 개성 있는 문구와 소품을 내세운 문구점이 잇따라 들어서고, 문구점이나 팝업스토어를 찾아 한정판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문구 소비가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성인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예쁜 문구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디자인과 브랜드를 찾아 여러 제품을 조합하고 직접 꾸미는 등 ‘나만의 문구’를 만드는 과정까지 소비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 성수동 문구점에 멈춰선 발걸음
이날 정식 오픈에 앞서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도 달라진 문구 소비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오후 3시부터 입장이 가능했지만 행사장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지금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약 300평 규모의 2층 공간에 마련된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자 알록달록한 노트와 스티커, 스탬프, 클립, 필기구 등이 부스마다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 일본에서 유명한 다이어리와 노트부터 독특한 디자인의 필기구까지, 평소 일본 여행이나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현장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9월부터 다음 해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문화가 있다”며 “최근 출시된 제품을 비롯해 이번 팝업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 문구 29개 브랜드 한자리에…절반은 국내 미판매 브랜드
1층 ‘로프트 큐레이션 존’에는 일본 문구 브랜드 29곳이 입점했다. 이 가운데 14곳, 약 48%는 국내에 정식 온·오프라인 판매처가 없는 브랜드다. 일본 문구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그동안 해외 직구나 일본 현지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29개 브랜드는 200여개 후보군 가운데 추려졌다. 팝업을 준비하면서 검토한 일본 브랜드만 200개가 넘었으며,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 정서에 맞으면서도 국내에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로프트 본사 직원들도 브랜드 선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현장에서 특히 눈길을 끈 제품 중 하나는 일본 문구 브랜드 ‘호보니치’의 다이어리였다. 1년짜리 제품부터 5년 동안 기록할 수 있는 다이어리까지 다양한 형태가 마련돼 있었다.
5년 다이어리는 한 페이지에 같은 날짜의 기록을 5년 동안 차곡차곡 남길 수 있도록 구성된 제품이다. 5년 전 같은 날 무엇을 했는지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종이는 얇으면서도 쉽게 울지 않도록 코팅된 재질을 사용했다. 손끝에 닿는 촉감도 부드러웠다.
호보니치 브랜드 관계자는 “붓펜으로 글을 써도 종이가 울지 않을 정도로 얇으면서 코팅된 재질을 사용했다”며 “한국 소비자들도 제품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구도 ‘커스터마이징’ 시대
일본 도쿄에서 시작한 ‘하이나인 노트’는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노트를 직접 구성할 수 있는 제품이다. 노트 크기부터 표지와 스프링 색상까지 직접 고르고, 표지에 이름이나 메시지를 새길 수도 있다.
작은 핸드백에도 들어가는 초소형 노트를 키링 형태로 만들어 휴대할 수도 있다. 여기에 좋아하는 스티커나 장식을 더하면 자신만의 노트가 완성된다. 일본에서는 선물용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1986년 론칭한 일본 시스템 다이어리 브랜드 ‘애쉬포드’도 눈길을 끌었다. 영국 도시 애쉬포드에서 이름을 가져온 브랜드로, 고급 가죽 소재와 일본식 캘린더 구성으로 유명하다. 올해 40주년을 맞아 한정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은 국내 별도 판매처가 없어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해야 했다.
마스킹테이프 브랜드 ‘엠티(MT)’도 색다른 제품을 내놨다. 산업용 테이프 제조업체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마스킹테이프 자체를 하나의 문구 문화로 확장한 대표적인 일본 브랜드로 꼽힌다. 이번 팝업에서는 한국을 상징하는 음식인 김밥 모양의 마스킹테이프를 한정 상품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 구경에서 체험으로…직접 만드는 ‘나만의 문구’
이번 팝업에서는 문구를 구경하고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보는 공간도 마련됐다.
2층 체험관에서는 원하는 종이와 장식 오브제, 끈 등을 직접 고른 뒤 나만의 코팅 책갈피를 만들 수 있었다. 행사장 외부에는 메시지 미디어월도 설치됐다. 방문객이 직접 고른 종이와 스탬프로 책갈피를 꾸미면 현장에서 바로 제작해주는 방식이다. 제품을 고르는 순간뿐 아니라 직접 조합하고 만드는 과정까지 문구 소비의 일부가 된 것이다.
◆ 다이어리 거래액 63%↑…문구 소비 커지는 2030
문구 소비 확대는 실제 판매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29CM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문구·사무용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다이어리·플래너 거래액은 63% 이상 늘었고, 스티커와 테이프 거래액도 각각 45%, 10% 이상 증가했다. ‘텍스트힙’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책갈피와 북커버 등 북 액세서리 거래액도 30% 증가했다.
오프라인에서도 문구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29CM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구홈’ 4개 점포에서 문구는 매출 상위권 카테고리에 올라 있다. 특히 이구홈 성수 1호점에서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문구 상품만 10만개 이상 판매됐다.
◆ 볼펜 하나 사러 가던 문구점이 ‘취향 놀이터’로
문구가 단순한 사무용품을 넘어 취향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 영역도 세분화되고 있다.
다이어리 꾸미기와 필사에서 시작한 관심은 데스크테리어, 독서용품, 기록용품 등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같은 노트라도 어떤 스티커를 붙이고 어떤 펜으로 기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이 된다.
현장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모두 취향 소비가 활발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국은 굿즈 형태의 소비가 많은 반면 일본은 기능적이고 세분화된 제품이 많다”며 “일상 속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문구 소비층도 더 이상 학생에 국한되지 않는다. 29CM가 겨냥하는 핵심 소비층은 25~39세 여성 고객이다.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예쁜 펜과 스티커를 고르던 경험을 가진 세대가 성인이 된 뒤에도 문구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문구점이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는 새로운 ‘놀이터’가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필요한 볼펜 하나를 사기 위해 방문하는 대신 서로 좋아하는 캐릭터와 디자인을 비교하고, 팝업 한정 제품을 구경하고, 직접 만든 문구를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가가 됐다.
◆ 29CM, 국내 문구 넘어 해외 브랜드까지 ‘큐레이션’
이번 팝업은 29CM의 문구 사업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하고 큐레이션하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면, 이번 로프트와의 협업을 계기로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해외 브랜드까지 직접 발굴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29CM는 이번 팝업에서 소개한 브랜드를 온라인에서도 이어서 만날 수 있도록 오는 9월 18일부터 10월 30일까지 이구홈 성수 2호점과 29CM 앱에서 앙코르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29CM 관계자는 “이번 협업을 통해 문구 카테고리를 더욱 넓히고 문구와 라이프스타일을 연결해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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