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환자 8주 채워 치료하거나
고가진료 몰아서 시행할 가능성
적자 보험사 손해율 관리 빨간불
장애인·고령자 대상 제외도 비판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진료를 받으려면 별도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8주룰’이 본격 시행된다. 과도한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조치지만, 현장에서는 불필요하게 8주를 채우는 과잉진료나 취약계층의 정당한 치료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10일부터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의 장기치료 시 치료 필요성 검토 절차를 도입하고 향후 치료비 지급 기준을 바꾸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시행된다.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단순 타박상이나 염좌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원할 경우 공적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8주 이상 치료를 원하는 경상환자는 사고일로부터 7주 이내에 진단서와 진료기록부 같은 입증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소속 전문 의료인의 심사를 거쳐 장기치료 필요성이 인정돼야 치료비 지급 보증을 유지할 수 있다. 심사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분쟁조정분과위원회를 통해 추가 심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임산부와 7세 이하 영유아는 심사 대상에서 빠진다.
합의금 명목으로 주어지던 향후치료비 관행도 정비된다. 앞으로는 상해 1∼11급의 중상환자에게만 장래 치료에 필요하다고 객관적으로 입증된 비용을 지급한다. 경상환자는 별도의 향후치료비 없이 치료 종결 시점까지 실제 들어간 치료비만 보장받게 된다. 적자가 누적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관리해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압박을 덜겠다는 목적이다.
장기치료를 제한하는 이번 제도가 오히려 단기 집중 진료를 부추기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기에 회복할 수 있는 경상환자가 8주를 꽉 채워 통원하도록 유도하거나, 8주를 넘기기 전에 고가 진료를 몰아서 시행하는 식의 꼼수 진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검사를 끼워 넣거나 진료 횟수와 단가를 무리하게 높여 8주 안에 진료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변칙적인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며 “환자 역시 진료 규모가 커질수록 향후 합의금 산정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에 이런 과잉진료에 동조할 유인이 있다”고 우려했다.
피해자 권익 보장에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는 “회복 속도가 더디고 지속적인 치료가 불가피한 장애인과 고령자가 8주 심사 예외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경상환자 위자료 등 합의금 현실화 대책도 없이 향후치료비만 없앤 것도 피해자의 정당한 보상 권리만 축소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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