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내려오기 전, 일찍이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하던 얘기다. 아무래도 공무원의 도시인 데다 유흥주점 허가가 제한적이다 보니, 자연스레 안전하고 깨끗하며 교육적인 도시의 대명사가 된 게 아닐까. 실제로 내가 겪은 세종도 그랬다. 밤 10시면 하나둘 거리의 불이 꺼지고,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은 찾아보기 힘든 곳. 그렇다 보니 저녁이 되면 새벽까지 거리를 활보하기보다 일찍 집으로 향하게 되는 모범도시가 바로 세종이다. 그런데 이런 모범 도시가 아이를 키우기에는 더없이 좋을지 몰라도 역설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직전’ 단계인 미혼 남녀가 만나기에는 조금 불리하지 않을까 싶다. 남녀 사이에 스파크가 튈 만한 분위기는 다소 부족하고, 동료들과 밤늦도록 떠들썩하게 어울릴 기회나 만남의 장도 마땅치 않으니까.
“청춘들이 즐길 곳이 없어요.”
남녀가 꼭 유흥시설이 있어야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제약이 되겠지만, 세종엔 그보다 더 본질적인 허전함이 있다. 바로 ‘대학가’의 부재다. 20대 청춘들이 자유롭게 어우러지며 문화가 꽃피우는 거리 말이다. 서울의 홍대나 대학로처럼 젊음이 자연스럽게 모여 에너지를 발산하는 공간이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요즘엔 2030세대가 찾는 ‘핫한’ 상권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지만, 오랜 시간 다져진 대학가 특유의 자연스러운 만남의 공식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강의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어울려 취미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럼없이 인연을 맺어가는 그런 흐름 말이다. 그렇다면 세종은 어떠한가. 대표적인 상권으로 꼽히는 도담동이나 나성동을 떠올려 보게 된다. 하지만 이곳들은 어디까지나 ‘공무원들을 위한 먹자골목’의 성격이 짙다. 공무원들이 빠져나간 주말이면 인근 대학(고려대 세종캠퍼스 등) 학생들이 간간이 찾아와 술잔을 기울이는 풍경이 전부일 뿐, 청춘들의 활기로 북적이는 메인 스트리트라 부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가 단체 미팅을 시켜드려요!”
세종에 정부청사가 이전한 2013년, 정부가 단체 미팅을 주선해 눈길을 끌었다. 국무조정실 세종시지원단이 세종에 내려간 공무원, 인근 이전기관 및 교육청 소속 미혼 남녀 40명을 대상으로 단체 미팅을 마련한 것이다. 세종으로 이전한 미혼 직원들에게 배우자를 만날 기회를 제공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였다. 지금은 세종시청이 바통을 이어받아 ‘세종연결’이라는 미팅을 주관하고 있다. 애 키우기 좋은 도시로 이름난 세종에서, 정작 청춘들이 만나고 관계를 맺는 자리는 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통계에서도 세종은 명실상부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다. 합계출산율은 전국 1위(2024년 기준)이고,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 역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그런데 세종에서 직접 살아보니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도시인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그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청춘들은 대체 어디서 만나고 있을까. 세종에는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울리며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닐까. 정부와 지자체가 만남의 자리를 꾸준히 마련했던 것도 어쩌면 이 도시가 가진 빈틈을 메우기 위한 노력인지 모르겠다.
“공동캠퍼스, 첫 축제를 엽니다”
그런 세종에 최근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바로 공동캠퍼스다. 세종시 집현동에 고려대 세종캠퍼스 행정전문대학원, 공주대 정책전문대학원, 한밭대 AI·CT 관련 학과, 서울대 국가정책행정전공, 충남대 의대, 충북대 수의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등이 모여 있다. 그야말로 여러 대학과 기관이 함께 쓰는 연합 캠퍼스다. 학생들이라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세종에 청년들이 모일 장이 생긴 셈이다. 2024년부터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해 올해 완전체가 됐다. 아직까지 인근은 여전히 황량하다. 세종까지 오는 대신 온라인 강의를 택한 학생과 교수들도 있고, 원체 주변에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여느 도시의 대학가다운 북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오가는 학생들로 조금씩 온기가 돌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처음으로 공동캠퍼스에서 대학 축제가 열린다. 이달 18일부터 이틀 동안 ‘세종캠퍼스 대동제’가 개최된다. 과연 공동캠퍼스가 제2의 대학로이자 홍대, 청춘의 거리가 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공무원의 도시를 넘어 청춘의 피가 들끓는 도시가 될 수 있을지, 축제에 직접 가봐야겠다.
참고로, 세종시청에서 주최하는 올해 ‘세종연결’은 이달 공고해 11월 중 실시한다. 이번에는 본 기자도 직접 참여해 세종의 청춘들이 실제로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100투더세종…5편/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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