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2학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추는 방안이 3일 국회에서 처음 공론의 자리에 오른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 논의에 시동을 걸자 교원단체들은 돌봄 공백을 학교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3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국회미래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초등 저학년 교육 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을 연다. 현재 오후 1시 무렵인 초등 1·2학년 하교 시간을 오후 3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 대상이다.
◆ “수업 너무 오래 해서 지칠 것 같아요”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26, 27일 전국 초등 1·2학년에게 ‘담임교사와 6·7교시까지 수업하고 오후 3시에 집에 간다면 어떨 것 같나요’라고 묻자 응답 학생의 65.5%가 “수업을 너무 오래 해서 너무 힘들고 지칠 것 같다”고 답했다.
‘교실에서 더 공부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조사에는 17개 시도에서 1학년 1만2024명, 2학년 1만7112명 등 2만9136명이 참여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학교가 끝난 뒤 놀고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며 “국가교육위원회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저학년의 발달 특성과 학생들의 피로에 대한 우려를 무겁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교사노조는 “교육시간 확대 여부는 학교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저학년의 발달 단계에 맞는 수업과 휴식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교육적 필요 아니라 행정 편의에서 시작됐다”
부산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31일 성명에서 “‘교육과정’이라는 명목으로 초등 저학년을 학교에 매어두는 것은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나 다름없다”며 “이번 논의는 학생의 성장을 위한 교육적 필요가 아니라 단지 보육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행정적 필요에서 시작됐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돌봄 공백의 근본적 해결책은 부모가 자녀를 직접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사회가 합의점을 찾아야 함에도 정부는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학교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교위 “3시라는 의견 나왔을 뿐 확정된 건 없다”
국교위는 확대 방침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교위 관계자는 “논의하는 과정에서 ‘3시’라는 의견이 나온 적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며 “전문가들이 모인 회의체다 보니 여러 가지 의견이 계속 나온다”고 밝혔다.
포럼 좌장은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가 맡고, 토론에는 김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과 박소영 교사노조연맹 정책처장, 김재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 교권국장, 조장우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조직위원장, 경기 손곡중 학부모 심소희씨가 참여한다. 저학년의 신체·인지·정서 발달 특성에 맞춰 교육과정을 다시 설계하는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 8년 전에도 학생들이 먼저 반대했다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가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같은 방안을 추진했다가 논란 끝에 무산됐다.
당시에도 학생 조사가 제동을 걸었다. 2018년 9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와 참교육연구소가 초등 3∼4학년 5133명에게 물은 결과 71.2%가 하교 시간 연장에 반대했고, 반대 이유로는 학교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학년이 달라 이번 조사와 수치를 곧바로 견줄 수는 없지만, 학생들이 든 이유는 8년 전과 다르지 않다.
◆ 늘어난 수업, 누가 맡나
교육계에서는 교원 충원 등 학교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교 시간을 늘리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가 크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초등 저학년의 3시 하교제는 교육과정을 전면 재개편하는 문제를 수반함에 따라 대규모 교원 충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정부가 지방교육재정을 삭감하는 안을 내놓으면서 정규 교육시간 확대에 필요한 여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총이 지목한 것은 지난달 21일 나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이다. 교육부와 기획예산처는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해 규모를 정하는 산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50년 넘게 유지된 내국세 연동이 끊기면서 교육계에서는 초·중·고교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산식 개편으로 총액이 줄어들면 그 차액을 보전하는 조항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명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교원단체들은 늘어난 수업시간을 감당할 교원과 교실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계획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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