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노사 각 0.1%p↑…월급 300만원이면 연 3만6000원 추가
하한액 수급자 63.4%…2028년 모성보호급여 별도 계정으로 분리
“통장에 198만원 찍혔는데, 이젠 176만원이라고?”
내년부터 실업급여를 매달 받는 금액은 줄고, 받는 기간은 길어진다. 지금까지 주 7일을 기준으로 지급하던 구직급여에서 무급휴일을 빼고 주 6일분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150일간 구직급여를 받는 하한액 수급자를 기준으로 하면 월 지급액은 현재 약 198만원에서 176만원으로 줄어든다. 대신 달력상 수급 기간은 약 5개월에서 5.8개월로 늘어난다.
최장 270일을 받는 수급자는 수급 기간이 9개월에서 10.5개월로 길어진다. 법정 소정급여일수(120~270일)와 총 지급액 자체는 줄지 않는다.
직장인과 사업주가 나눠 내는 실업급여 보험료도 오른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각각 부담하는 보험료율은 0.9%에서 1.0%로, 합산 기준으로는 1.8%에서 2.0%로 오른다.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용보험 제도개편 방안’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1995년 구직급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유지돼온 지급 체계는 물론, 보험료, 모성보호 재정, 고용보험 가입 기준까지 한꺼번에 손질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노·사·전문가가 참여한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번 개편안을 마련했다.
◆월 198만원→176만원, 대신 5개월에서 5.8개월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구직급여 지급 방식이다. 현재는 무급휴일을 포함해 일주일에 7일분의 구직급여를 지급한다. 1995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어서 임금과 구직급여의 지급 기준이 사실상 일치했다.
하지만 2004년 주 5일제가 도입된 뒤에도 구직급여는 주 7일 지급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주 5일 일하는 근로자의 월 임금보다 실업급여 월 수급액이 오히려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생겼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최저임금 노동자의 세후 월 임금은 193만원인 반면, 같은 시기 구직급여 하한액은 198만원으로 5만원 더 많았다. 구직급여가 비과세인 데다 근로일이 아닌 주휴일·무급휴일분까지 지급되는 구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주 5일 근무에 유급 주휴일 하루를 더한 ‘주 6일’ 기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2027년 최저임금 인상분까지 반영한 노동부 계산에 따르면, 150일 수급자의 월 지급액은 하한액 기준 약 198만원에서 176만원으로 줄어든다. 상한액 수급자는 약 204만원에서 181만원으로 낮아진다.
2027년 최저임금 인상분을 제외하고 올해 기준 금액만으로 계산하면 하한액은 198만원에서 170만원, 상한액은 204만원에서 175만원으로, 감소 폭이 이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대신 돈을 받는 기간은 길어진다. 150일 수급자는 달력상 약 5개월이던 수급 기간이 5.8개월 정도로 늘어나고, 최장 270일 수급자는 9개월에서 10.5개월로 늘어난다. 소정급여일수와 총 지급액은 그대로 유지된다.
월별 생활비 측면에서는 결코 작지 않은 변화다. 2025년 전체 구직급여 수급자 172만명 가운데 하한액을 적용받은 사람은 109만1000명으로 63.4%에 달했다. 수급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이번 월 지급액 감소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정부는 주 5일제가 정착된 뒤에도 무급휴일까지 급여를 지급하다 보니 최저임금 수준 노동자의 근로소득과 구직급여 사이에 역전이 발생할 수 있었다며, 지급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험료도 오른다…월급 300만원이면 연 3만6000원 추가
고용보험 재정을 채우기 위한 보험료 인상도 함께 추진된다. 현재 노동자와 사용자가 각각 0.9%씩 부담하는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은 2027년부터 각각 1.0%로 오른다.
노사가 합쳐 내는 비율은 1.8%에서 2.0%가 된다. 월 급여가 300만원인 근로자라면 본인이 내는 보험료가 월 2만7000원에서 3만원으로 3000원 늘고, 1년이면 3만600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사업주도 같은 금액을 추가로 부담한다.
보험료 인상의 배경에는 갈수록 나빠지는 고용보험 재정이 있다. 노동부의 ‘2025회계연도 고용보험기금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은 15조7000억원을 거둬 17조4000억원(정확히는 17조4833억원)을 지출해 약 1조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연말 기준 실업급여 계정 적립금은 장부상 1조7275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약 6조원(5조9933억원) 적자 상태다.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 계정에 연간 지출액의 1.5~2배 수준의 여유 재원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 지난해 적립배율은 0.1배에 그쳐 2024년(0.2배)보다도 낮아졌다.
매달 받는 구직급여를 줄여 지급 기간을 늘리는 동시에 보험료를 올려 재정 기반을 보강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두 축인 셈이다.
구직급여 상한액을 정하는 방식도 바뀐다. 지금은 정액으로 정하는 상한액을 앞으로는 하한액의 103%로 연동한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하한액이 올라 상한액과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지거나 역전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2027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되면서, 그대로 두면 하한액이 상한액에 다시 근접하거나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조기재취업수당 지급 대상도 좁아진다. 재취업 후 수급 기간 절반이 지나기 전에 취업해 12개월 이상 근무하면 남은 실업급여의 절반을 지급하는 이 제도는, 지금은 월 소득이 574만원 이상이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앞으로는 이 기준을 월 300만원 이상으로 낮춘다. 조기재취업수당이 없었어도 어차피 취업했을 사람에게까지 수당이 지급되는 ‘사중손실’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육아휴직급여 4.3조원으로 급증…2028년 별도 계정 만든다
고용보험 재정을 압박해온 모성보호급여도 별도로 관리한다. 육아휴직급여 등을 포함한 모성보호급여 지출은 2022년 2조1000억원에서 2025년 4조3000억원으로 3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18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39.1% 늘었고, 이 중 남성 수급자는 6만7000명으로 60.7% 증가했다. 저출생 대응을 위해 육아휴직급여를 확대해온 만큼 관련 지출도 빠르게 불어난 셈이다.
문제는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이 실업급여 계정에서 함께 나가면서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 부담을 키웠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8년 고용보험기금에 가칭 ‘일·가정 양립 계정’을 새로 만들어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지출을 이 계정으로 옮길 계획이다. 출산전후휴가급여처럼 사업주에게 법적 지급 의무가 있는 급여는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으로 넘긴다.
정부 재정 지원도 함께 늘린다. 일반회계 전입금은 올해 6000억원에서 2027년 9000억원으로 50% 확대하고, 이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부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구직급여를 계산하는 기준도 ‘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서 ‘1년 평균 월 보수’로 바뀐다. 퇴직 직전에 임금이나 수당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면서 구직급여가 함께 높아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월 60시간’ 대신 ‘월 80만원’…가입 기준도 바뀐다
고용보험 가입 기준은 근로시간 중심에서 소득 중심으로 전환된다. 지금까지는 월 60시간(주 15시간) 이상 근로를 기준으로 고용보험을 적용해왔지만, 앞으로는 월 보수 80만원 이상이면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가입 대상이 된다.
주 15시간 근무하는 신규 가입자의 평균 월 보수가 약 79만원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노무제공자)의 고용보험 적용 기준이 이미 80만원인 점 등을 고려해 정한 기준이다. 노동부는 이번 전환으로 지난해 기준 약 35만명이 고용보험에 추가로 가입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 사업장에서 월 80만원을 벌지 못하더라도 여러 사업장의 보수를 합쳐 월 80만원을 넘으면 본인 신청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보수 합산제도도 함께 도입된다.
사업주가 매년 한 차례 신고하던 '연 보수총액 신고'는 폐지되고, 국세청 소득자료와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매달 보수를 신고·정산하는 체계로 바뀐다.
노무제공자의 고용보험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 2027년부터 교차모집 보험설계사,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강사, 가구 설치를 겸하는 일부 택배기사, 신용카드 제휴모집인 등 4개 직종이 새로 적용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번 확대로 약 1만7000명이 추가로 가입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이후에는 국세청에 소득이 신고되는 인적용역 사업소득자로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하한액 수급자 63%…생계 충격·재정 안정은 ‘남은 과제’
정부는 연내 관련 법률과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 기반 고용보험 전환 등은 2027년부터, 일·가정 양립 계정 신설은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으로 구직급여 총액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금액을 더 긴 기간에 나눠 받는 만큼, 실직 상태에서 한 달 동안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특히 지난해 구직급여 수급자의 63.4%가 하한액 적용자였다는 점에서, 월 지급액 감소에 따른 체감 부담은 저소득 수급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노동부는 재취업이 필요한 수급자에게 전담 상담사를 배정해 맞춤형 상담과 취업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료 인상으로 재정을 보강하면서 동시에 실직자의 월 생활비 부담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는 앞으로의 입법 과정에서 계속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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