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남정훈 기자] 이영택 감독이 GS칼텍스의 지휘봉을 잡고 보낸 지난 두 시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롤러코스터’가 딱 어울릴 것이다. 첫 시즌이었던 2024~2025시즌 전반기에 거둔 승수는 단 1승에 불과했다. 1승17패로 압도적인 최하위. 그때 누가 알았으랴. 불과 다음 시즌엔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준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6전 전승. 완벽한 우승이었다.
이제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우승 사령탑으로서 다가올 2026~2027시즌 준비에 한창인 이영택 감독을 1일 가평군 GS칼텍스 청평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우승 뒤 맞이한 비시즌은 여느 때와는 달랐을까. 이 감독은 “우승 후 한 이틀 정도는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후엔 평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KOVO컵과 V리그가 다가오니 지난 시즌까지 느끼지 못했던 부담감은 더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봄 배구를 가장 길게 했다보니 이 감독과 선수단의 휴가는 가장 짧아야 했다. 4주 정도만 쉬고 곧바로 클럽하우스에 복귀한 선수들은 다가올 시즌을 위해 예열 작업이 한창이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경험은 선수단 전체를 한 단계 성장시킨 느낌이다. 이 감독도 “선수들 개개인뿐만 아니라 팀적으로도 성장했다. 성장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부족할 것 같긴 한데, 단단해졌다.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지 않았나. 지난 시즌 우승으로 어떻게 하면 우승을 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던 시즌이었다. 어떤 배구를 해야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임해야하는지 잘 알았을 것이다. 계속에서 그 모습이 코트에 나올 수 있게 잘 만들어보겠다”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의 다가올 시즌 최고의 무기는 역시 지젤 실바다. 2023~2024시즌 V리그에 입성한 실바는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초로 3시즌 연속 1000점을 돌파했다. 알고도 못 막는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감독에겐 실바는 ‘즐거운 딜레마’이기도 하다. 실바라는 확실한 무기를 더 많이 활용하는 게 팀 승리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실바 의존도를 낮춰야 지속 가능한 팀을 만들 수 있다. 차기 시즌에도 이 감독의 화두는 어떻게 실바의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팀 승리를 챙기느냐가 될 전망이다. 실바 얘기가 나오자 “그 질문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라고 웃어보인 이 감독은 “매시즌 저희의 화두가 실바가 과연 올해도 1000점을 넘길지 아니가. 하면 좋은 것이다. 1000점을 넘긴다는 건 실바가 변함없이 위력적으로 활약한다는거니까. 그래도 제 역할은 1000점을 안 하게끔 하는 것 아닐까. 아시아쿼터로 타나차(태국)를 영입한 건 그걸 염두에 둔 선택이다. 타나차 외에도 (유)서연이나 (권)민지, (이)주아 등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들이 뒷받침해줘서 다들 기대하시는 다양한 공격 분배를 가져가보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선수들의 기량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이 감독은 코칭스태프에도 현역 시절부터 교류가 있었던 가와무라 신지와 이시이 스구루 코치등 일본인 코치진을 보강했다. 이시이 코치는 세터 코치로서 안혜진의 빈 자리로 부동의 주전 세터 역할을 해줘야할 김지원을 비롯해 제2 세터 역할을 해내야할 4년차 이윤신, 2년차 최윤영 육성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 감독은 “세터는 경험이 쌓여야 하는 특수 포지션이다. 비시즌 하루도 빼놓지 않고 훈련 중이며, 고교 팀 등과 연습하며 경험치를 먹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들 블로커는 오세연이 확고부동한 주전 자리를 꿰찬 가운데, 3년차 시즌을 맞는 최유림과 베테랑 최가은이 한 자리를 다투는 판도다. 이 감독은 “(오)세연이는 저랑 두 시즌을 함께 하면서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저희 팀 내에서는 자리를 잡았다. 지난 시즌 우승으로 더 잘 하고 싶고, 다시 한 번 우승하고 싶다는욕심이 생긴 것 같더라. 구력이 짧은 선수라 그런 모습을 탈피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인다”라면서 “지난 시즌에 (최)유림이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기에 부상을 털고 돌아온 (최)가은이가 잘해줬다. 저희가 10월31일 개막전을 치르는데, 10월30일까지 두 선수를 경쟁시켜서 주전 한 자리를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결정전 2연패겠지만, 새 시즌 판도를 설명해달라고 하자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강세를 예상했다. 그는 “아직 프로팀들과 연습 경기를 한 번도 안 해봐서 선수들의 면면만 보고 가볍게 생각해보면 현대건설이 계속 잘 할 것 같고, 지난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던 IBK기업은행도 부상 선수가 돌아오면 강팀이 될 것”이라며 “나머지 팀들은 혼전 양상이라 감독들 흰머리가 꽤 늘어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단기전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지난 시즌 미디어데이에서 20승에 승점 60을 하겠다고 했는데, 19승, 승점 57을 했다. 올해도 그 정도만 하면 봄 배구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플레이오프만 간다면 단기전에는...저희에겐 (실바가)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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