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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년’을 ‘숨은빛 청년’으로…이름 바꾸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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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 인턴기자 I.me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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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빛 청년’ 선정에 온라인서 비판…“이름 바꾼다고 개선되나”
19~34세 은둔 청년 53만 8000명 추산…취업 어려움이 주된 원인
전문가들 “낙인 줄이되 현실 가려선 안 돼…실질적인 세부 지원 필요”

“백수라고 왜 말을 못 하느냐. 나는 일하니까 자체 발광이냐.”

 

경기도미래세대재단이 ‘고립·은둔 청년’의 낙인효과를 완화하겠다며 내놓은 새 이름 ‘숨은빛 청년’을 두고 온라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취지는 좋았을지 몰라도 오히려 문제를 축소하거나 미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제기된다.

 

은둔하는 청년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은둔하는 청년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1일 경기도미래세대재단에 따르면 재단이 주최한 ‘고립·은둔 청년 새 이름 공모전’에서 ‘숨은빛 청년’이 지난달 21일 대표 명칭으로 선정됐다.

 

공모전은 ‘고립·은둔 청년’이라는 표현에서 오는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고 청년의 가능성과 회복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명칭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선정된 명칭은 앞으로 재단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 홍보와 인식 개선 활동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립·은둔 청년이라는 개념을 알리고 새로운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사회적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며 “인식 개선과 함께 당사자 지원도 계속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숨은빛 청년’이라는 새 명칭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대학생 정모(24)씨는 “단어를 바꾼다고 실제 상황이 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기존의 ‘고립·은둔 청년’이라는 표현이 이들이 처한 상황을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홍모(26)씨는 “언어가 가진 부정적인 의미를 바꾸려는 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보다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보다 직설적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유튜브에 올라온 공모전 결과 소개 영상에는 “이름을 바꾸면 문제가 개선되느냐”, “(고립·은둔 청년을) 좋게 말한다고 달라지느냐”, “말장난 같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한 직장인이 ‘숨은빛 청년’이라는 명칭을 두고 “백수라고 왜 말을 못 하느냐. 나는 일하니까 자체 발광이냐”고 반문하는 쇼츠 영상이 1일 기준 조회수 50만회를 넘겼다.

 

은둔하는 청년의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은둔하는 청년의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청년층의 은둔 문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청년 은둔화의 결정요인 및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19~34세 은둔 청년은 약 53만 8000명으로 추산됐다. 은둔 생활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2022년과 2024년 조사에서 모두 ‘취업의 어려움’이 꼽혔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이 적지 않은 데다 그 배경도 제각각인 만큼 개별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상을 지칭하는 용어는 사람들의 인식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용어만 바꾼다고 해서 집단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청년마다 고립·은둔하게 된 원인이 다른 만큼 이에 맞는 실질적인 지원을 세분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칭 변경 자체의 취지는 인정하더라도 정책 대상이 처한 상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립·은둔에 대한 낙인을 없애기 위해 명칭을 바꾸려는 시도 자체는 괜찮다고 본다”면서도 “고립·은둔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용어로 변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현실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과거 ‘미혼모’를 ‘한부모’로 바꾼 것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면서도 결혼을 정상의 기준으로 삼았던 규범을 배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책 용어는 차별적인 표현을 개선하되 현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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